강남3구 주택 보유자, '오른다'는 확신에 매도 대신 증여 선택
증여 건수 강남구 336건으로 가장 많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올 상반기(1~6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자산가들이 가족 간 증여를 통해 자산을 이전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상급지 자산가들이 '오르면 오를수록 팔지 않고 물려준다'는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증여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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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모습. 2025.06.18 gdlee@newspim.com |
18일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상반기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소유권 이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소유권 이전 등기 목적 중 증여 건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강남구(336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구(253건)와 서초구(235건) 등이 뒤를 이으며 강남3구 중심의 증여 증가가 두드러졌다. 양천구(214건)와 영등포구(177건)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에서의 증여도 많았다.
강남3구의 증여 건수는 꾸준히 늘었다. 강남구는 1월 24건에서 6월 78건, 서초구는 27건에서 40건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송파구는 26건(27건→53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여 건수가 가장 적었던 자치구는 동대문구(76건)였다. 이어 종로구(77건) 성북구(78건) 금천구(84건), 도봉구(103건) 강북구(105건) 등의 순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같은 핀셋 규제와 세제 정책의 잦은 변경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의 변화가 지속되면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장기적 정책 신뢰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온 것"이라며 "불확실한 정책 환경 속에서 자산가들은 매도보다는 증여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을 보다 유연하고 안정적인 대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절세 효과도 증여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피할 수 있다. 현재 일시 유예된 양도세 중과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증여를 선택한 이들도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전문위원은 "자산가들의 선호도가 높은 강남3구와 용산구,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여의도·목동 등 주요 지역은 토허구역 지정으로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수 침체, 경기성장 둔화 등 기준금리 인하 압력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나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겹치면서 매도보다는 증여를 선택하는 흐름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