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민주당 "근거없는 정치 공세" 반발
트럼프, 엡스타인 스캔들 휘말리자 오바마에 공세 강화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 "반역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러시아와 연루시키고 2016년 대선을 방해하려는 음모를 주도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증거는 이미 나와 있다. 그는 유죄이며, 이것은 명백한 반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선거를 훔치고 은폐하려 했고, 전 세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자, 최근 불거진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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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기자들이 엡스타인 사건에 관한 질문을 하자 자신과의 관계나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진짜 마녀사냥은 오바마가 벌인 것"이라면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선거를 조작하려 한 현행범"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이 지난주 '러시아 선거개입 보고서가 오바마 행정부의 음모였다'며 기밀 문서를 해제한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다. 개버드 국장은 "당시 평가가 반역적 음모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법무부에 기소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한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무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주 공개된 문서에는 러시아가 2016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지만 실제 투표를 조작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기존 결론을 뒤엎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이자 관심 돌리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짐 하임스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이다. 초당적 상원 조사에서도 정보기관의 정치화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수층 및 자신을 지지해 온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으로부터 엡스타인 사건 관련 수사 자료 공개 압박을 받아왔다. 엡스타인은 2019년 고위층을 상대로 한 아동 성매매 혐의로 수감 중 자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이 당선되면 관련 수사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자료 공개를 미뤘고, 과거 엡스타인과 사교 모임에 자주 함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트럼프가 엡스타인에게 2003년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으며, 여성과 관련한 부적절한 내용의 그림도 그려 보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짜 뉴스라고 강력히 반박하며 WSJ와 루퍼트 머독 사주를 상대로 10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엡스타인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갑자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백악관에서 체포되는 장면을 담은 가짜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사실이 아닌 합성물로 드러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올리며 "그가 현행범으로 잡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