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냉동고 16억 달러, 화장품 12억 달러 수출 타격
변압기·엔진부품 포함…대미 수출 경쟁력에 영향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232조 관세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에는 변압기, 냉장·냉동고, 건설기계, 자동차 부품, 화장품 등 대 한국 수출 비중이 높은 주요 품목들이 포함돼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32조 관세 대상에 407개 파생제품을 추가하고 이날부터 즉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발표된 '파생제품 추가 절차'의 첫 결과물로, 미국 산업계가 신청한 약 500개 품목 가운데 상당수가 승인됐다.
자동차 부품이나 태양광 셀 등 이미 다른 232조 조치 대상인 품목은 제외됐지만 화장품처럼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낮거나 최근 수입이 줄어든 품목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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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새로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의 대 한국 수입 규모는 118억8000만 달러(약 16조원)로,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품목별로는 냉장·냉동고(16억 달러), 화장품(12억6000만 달러), 자동차 부품(6억7000만 달러), 엘리베이터·포크리프트 등 건설기계(15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냉장·냉동고는 철강 파생제품에 이어 알루미늄 파생제품에도 동시에 포함돼 수출기업의 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 한국 수입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인 만큼 관세 부과가 곧바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동차 부품도 기존 232조 관세 대상에서 빠졌던 엔진 부품, 기타 부품 등이 이번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한국 완성차 및 부품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압기 역시 주요 타격 품목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 한국 수입액은 약 6억 달러 수준으로, 제조원가에서 철강 소재 비중이 높아 관세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제한적이어서 대체 공급이 쉽지 않은 만큼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더라도 가격 인상 압박은 불가피하다.
화장품의 경우에도 미국 수입 규모가 12억 달러를 넘는 등 한국 기업의 수출 비중이 높다. 일부 제품 용기의 알루미늄 함량이 높아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인 만큼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앞으로 매년 1월, 5월, 9월 정례적으로 파생제품 추가 절차를 운영할 계획이다. 실제로 내달 1일부터 2차 절차가 시작되며, 자동차 부품은 이미 별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향후 구리나 반도체 등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기업들의 대응 부담은 커지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소재 사용 비중과 원산지 입증 절차를 강화해야 하는데, 다국적 조달망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자료 확보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알루미늄 파생제품은 제련국과 주조국이 러시아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면 20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수출 품목별로 함량 분석과 원산지 증빙 체계를 강화하고, 미국 상무부 의견수렴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