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4년 3개월 만에 축구 대표팀에 돌아오는 정상빈(세인트루이스)이 치열한 2선 경쟁에 뛰어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9월 A매치를 위해 출국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7일 미국과 격돌한 후 10일에는 전통 강호 멕시코와 마주하게 된다. 이번 원정 2연전을 통해 본격적인 북중미 월드컵 리허설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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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9월 A매치 2연전을 치를 대표팀에 발탁된 정상빈.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9.04 thswlgh50@newspim.com |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첫 평가전인 만큼 의미가 크다. 현지의 날씨나 그라운드 상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을 거치면서 아시아팀들만 상대했던 홍명보호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5일 9월 A매치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모든 관심이 남자 대표팀 역사상 첫 외국 태생 혼혈 선수가 된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에게 쏠렸으나 정상빈(세인트루이스 시티)의 발탁도 주목할 만하다.
정상빈은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2021년 6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이후 한동안 부름을 받지 못하다가 약 4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당시 정상빈은 스리랑카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러 득점까지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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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수원 삼성 시절 정상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9.04 thswlgh50@newspim.com |
수원 삼성 유소년팀 출신인 정상빈은 18세이던 2020년 수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뒤 같은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당시 K리그1 소속이던 수원 삼성에서 리그 28경기에 출전해 6골 2도움을 올리며 활약했고, 당시 수준급 개인 기술과 저돌적인 돌파 보여줘서 'K-음바페'라는 별명을 얻었다.
K리그에서의 활약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정상빈은 2022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했고, 경험을 쌓기 위해 그라스호퍼(스위스)로 임대되며 유럽 무대에 도전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후 2023년 3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으로 향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하지만 정상빈은 차근차근 성장했다. 미국 이적 첫 시즌 리그 23경기 1골 1도움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는 리그 32경기에서 6골 3도움으로 제 모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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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세인트루이스 시티 정상빈이 지난 10일 내슈빌 SC와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홈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세인트루이스] 2025.09.04 thswlgh50@newspim.com |
올 시즌 들어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지난해 여름에 이전부터 꾸준히 자신을 원하던 세인트루이스로 이적을 선택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정상빈은 이적 후 5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주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해 빠른 침투로 팀 공격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경기 내내 특유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가 살아나고 있다.
홍명보 감독도 정상빈의 상승세를 눈여겨봤다. 홍 감독은 정상빈 발탁 배경에 대해 "정상빈은 올해 팀을 옮긴 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에서 평가전이 열려 시차 적응 같은 불필요한 문제가 없어 경기력을 점검하기 위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주축 윙어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빠진 가운데 정상빈은 이번 대표팀에서 2선 측면 공격수 자리를 두고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동경(김천 상무), 배준호(스토크 시티) 등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 무대 먼저 적응을 완료한 만큼 다른 2선 자원보다 경쟁력 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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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U-23 국가대표팀 시절 정상빈.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9.04 thswlgh50@newspim.com |
한편으론 홍명보 감독이 최근 실험에 나선 스리백 전술의 윙백으로 기용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선 양현준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선 모재현과 문선민 등 측면 공격수들에게 윙백 구실을 맡겼다.
이번 명단에 발탁된 2선 자원들이 측면과 중앙 모두 가능한 멀티 자원들이지만 전문 측면 공격수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는 손흥민(LAFC)과 정상빈뿐이다. 손흥민은 발탁 당시 공격수로 분류해 최전방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상빈도 포백의 2선 측면 공격수가 아닌 스리백의 측면 수비수로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소속팀에서 윙백을 소화한 경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이 "동아시안컵에서 쓴 스리백 전술도 유럽파를 중심으로 시험해 볼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정상빈의 활용 범위는 클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정상빈이 유리한 환경 속 스스로 경쟁력을 얼마나 보여주는지에 달렸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