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반도체 전문 인력에 눈독을 들이면서 테슬라의 '테라팹' 프로젝트가 본격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현지시간 17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코리아의 'AI 칩 디자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공유하며, 태극기 이모티콘 16개를 함께 올렸다.
머스크는 "당신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반도체 설계와 제조 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는 글을 연달아 게재했다. 앞서 지난 15일 테슬라코리아는 "AI 칩 개발을 함께할 인재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작년 말부터 머스크는 역대급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거느리고 싶다는 바람을 반복적으로 표출했다. AI 기술전쟁이 격화함에 따라 반도체 공급 부문의 병목현상이 지속·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머스크가 '테라팹(TeraFab)이라 칭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처음 소개됐다.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 실행에 들어가면 테슬라의 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로보틱스), AI(데이터센터), 우주항공 사업을 아우르는 일관화 전략의 안정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테슬라(종목코드: TSLA)의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3~4년 내에 예상되는 반도체 공급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테라팹을 건설해야 한다"며 "추론용 칩과 메모리, 패키징 등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반도체 공장을 미국 내에 세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테슬라가 영위하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보틱스 사업은 모두 상당량의 반도체와 다양한 용도의 특화된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현재는 반도체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머스크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이들 공급업체(TSMC, 삼성,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충분히 공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많은 빅테크들이 이들 제조사들의 반도체 납기를 기다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서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기획중인 테라팹의 경우 "향후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테슬라를 보호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향후 수 년 내 커다란 변수가 될 지정학적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따라서 AI 경쟁에서 핵심 병목 지점으로 꼽히는 반도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테슬라가 "직접 공장을 세워 필요한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머스크는 최근 X프라이즈 재단 창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와의 팟캐스트에 출연해서도 "우리가 팹(fab,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곧 '칩의 벽(chip wall)'에 부딪힐 것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 뿐이다. 칩의 벽에 부딪히거나, 팹을 짓거나다"라고 강조했다.
테라팹이 미국 내 어디에 세워질지, 구체적인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머스크가 주창하는 테라팹은 그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핵심 부품과 기술을 내부로 끌어들이면 공급망 제약 없이 더 빠르게 혁신을 진전시킬 수 있다.
실제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 머스크의 여러 기업들은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인력을 겨냥한 머스크의 구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제조' 부문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모시겠다는 대목을 놓고서는 '테라팹 프로젝트의 본격 시동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