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경기에서 타율 0.389 11타점으로 맹활약
28홈런 쏘아 올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까지 -3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화가 올 시즌 들어 가장 강력한 야수 라인업을 드디어 완성했다. 이상적인 타선이 모습을 갖추자마자, 그 효과는 곧바로 폭발적으로 드러났다. 선발 전원 안타를 포함해 무려 16안타 9득점을 기록하며 롯데를 대파했다. 특히 '애증의 4번 타자'로 불리며 마음고생이 컸던 노시환이 극적인 반등을 보여주면서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화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 경기에서 9-1 대승을 거두며 선두 LG와의 격차를 4경기 차로 좁혔다. 남은 정규시즌 맞대결이 세 차례 더 예정되어 있어 선두 경쟁의 긴장감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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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4번 타자 노시환이 9일 사직 롯데와의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웃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9.09 wcn05002@newspim.com |
이날 한화는 손아섭(지명타자)-루이스 리베라토(중견수)-문현빈(좌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하주석(2루수)-최재훈(포수)-심우준(유격수),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최정예 라인업이 완성됐다.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좀처럼 맞춰지지 않았던 조합이 이날만큼은 완벽하게 갖춰지며 김경문 감독이 꿈꾸던 '완전체'가 구현된 셈이다.
지난 6월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부상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리베라토는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간 끝에 7월 정식 계약을 따냈다. 후반기에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던 리베라토는 지난달 22일 SSG전 수비 도중 미끄러져 넘어져 어깨 부상을 당했다. 짧은 휴식 후 2경기에 나섰으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그는 결국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지난 7일에 1군에 복귀한 리베라토는 복귀 첫 경기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지만 이번 롯데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채은성도 마찬가지였다. 채은성은 부상 당하기 전 115경기에서 타율 0.299(415타수 124안타), 19홈런 80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0.857을 작성하며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왼쪽 네 번째 발가락 통증을 느껴 병원 진료를 받았고, 통증 관리를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와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 후 그는 지난 5일 1군 복귀에 성공했고, 롯데와의 경기에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노시환의 변화였다. 노시환은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리며 '수비형 4번 타자'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아야 했었다. 노시환은 7월 월간 타율 0.253, 8월 월간 타율 0.255로 후반기에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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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4번 타자 노시환이 9일 사직 롯데와의 경기에서 6회 2점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9.09 wcn05002@newspim.com |
특히 득점권·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부진은 심각했다. 8월까지 득점권 타율 0.266(128타수 34안타)에 불과했으며, 이번 시즌 병살타는 총 19개로 롯데의 빅터 레이예스(22개)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병살타를 때려냈다. 이보다 더한 기록은 만루에서의 타율이다. 그는 9일 롯데와의 경기 전까지 9번의 만루 찬스에서 단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득점권에 작아졌던 노시환이 9월 들어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9월 출전한 5경기에서 타율을 0.389(18타수 7안타)로 끌어올렸으며, 득점권 상황에서는 무려 0.800(5타수 4안타)로 득점권에서 강해진 모습이다. 타점도 8월 한 달간 기록한 12개에 근접하는 11타점을 단숨에 쓸어 담았다.
지독했던 만루에서의 무안타 침묵도 깨졌다. 지난해 8월 1일 kt전 이후 단 한 번도 만루에서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노시환은 이번 롯데와의 경기에서 1회부터 상대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완성했다.
홈런도 어느새 28개를 쏘아 올렸다. 이는 르윈 디아즈(44개·삼성), 패트릭 위즈덤(31개·KIA), 맷 데이비슨(29개·NC)에 이어 리그 전체 4위의 기록이다. 국내 선수로만 순위를 매긴다면 당당히 1위. 노시환은 2023년 31개의 홈런을 기록해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경험이 있다. 1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노시환은 개인 최다 홈런 갱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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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4번 타자 노시환이 9일 사직 롯데와의 경기에서 7회 호수비를 기록했다. [사진 = 한화] 2025.09.09 wcn05002@newspim.com |
리그 최고의 3루 수비를 보유한 노시환은 이번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7회말 1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대타 손성빈이 친 강습 타구를 노시환은 점프 캐치를 통해 직선타 처리하더니, 이어 나온 정훈이 친 타구는 다이빙을 통해 직선타로 잡아내며, 두 번 연속 호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노시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만루 침묵을 끊어낸 것에 대해 "막상 생각은 안 났다. 치고 나니까 딱 생각이 나더라. '이제 드디어 깼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잔여 경기에서도 가을야구의 만루에서 좋은 안타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래 나는 이런 걸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병살타도 많이 나오고, 주위에서도 '병살이 많다'는 등 계속해서 병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주자가 깔리면 그 생각이 난다. 그래서 조금 더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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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4번 타자 노시환이 9일 사직 롯데와의 경기에서 6회 2점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더그아웃에서 축하 받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9.09 wcn05002@newspim.com |
노시환은 수비 이닝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며 체력 부담에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공격이 안 되더라도 수비에서 최대한 팀을 돕겠다. 내가 빠지면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결장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 팀의 목표는 당연히 1위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아 격차를 줄이고 승부를 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제 한화는 타선과 수비, 투수진까지 균형을 갖춘 '완전체 전력'을 확보했다. 한화는 달아오른 투·타 밸런스로 1위 LG를 잡고 한국시리즈 직행은 물론 통합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