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경 지역에서 열린 러시아의 최대 규모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에 미군 장교들이 초청돼 주목받았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연례 합동 군사훈련 '자파드(Zapad) 2025'를 실시했다.
훈련 장소는 러시아 영토 내 대표 훈련장인 니즈니노브고로드주 물리노 군사기지와 벨라루스 중부 바리사우(보리소프) 훈련장을 비롯해,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폴란드 국경 부근 러시아 해외영토(칼리닌그라드)와 북극권 근처 바렌츠해 등에서도 일부 훈련이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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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러시아-벨라루스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 중인 러 니즈니노브고로드주 물리노 군사기지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로 러시아 무인기가 침투한 직후 열린 만큼 이번 훈련은 동유럽 전선의 불안감을 키웠다. 과거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국경 침공의 '가림막'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도 훈련 직후 전개됐기 때문이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훈련 기간 미군 장교 최소 2명이 빅토르 흐레닌 국방장관과 악수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우리는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다"는 발언을 전했다. 흐레닌 장관은 "미국과의 대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훈련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벨라루스로부터 참관을 초청받았고, 최근 양국 간 교류에 힘입어 초대를 수락했다며 파견 사실을 확인했다.
벨라루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언론인과 정치범을 포함한 52명을 석방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에 보답해 일부 제재를 해제했다. 이번 미국 초청 역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미 유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 측 인사 초청은 교착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힌단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파드 2025'가 러시아군 전력의 실질적 능력을 보여주기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나토와 서방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이중 메시지'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하다. 나토는 키이우 정권에 직접적·간접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훈련에는 인도와 이란이 병력을 파견했고, 중국과 북한도 참관단을 보냈다. 특히 인도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 대량 수입으로 미국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미 알래스카에서 미·인도 연합훈련을 동시에 진행해 '양다리 외교 노선'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