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알바·SNS 동행' 숨은 위험...피해 확산 경고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납치·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시민들 사이에 '캄보디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당근마켓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여행 동행·취업 제안 글에 주의하라는 경고도 이어진다.
1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캄보디아발 인신매매·사기 범죄가 국제적 조직망 속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의 외교·수사 공조 강화와 국민 개개인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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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학생 박모씨(22)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용의자 3명. [사진=캄보디아 경찰청] |
오는 10월 말 캄보디아로 가족 여행을 계획한 A씨는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A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캄보디아 범죄 얘기가 나오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야겠나 싶었다"며 "한국인을 우습게 보고 납치, 감금하는 나라에 돈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고 했다.
내년 1월 캄보디아 여행을 계획했던 B씨는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온 가족이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여행이 위험하다고 만류하더라"며 "비교적 안전한 일본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과 SNS에 올라온 캄보디아 취업이나 여행 동행을 모집하는 글을 공유하며 응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취업, 여행 모두 범죄 미끼로 기능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8월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한국 공관에 신고한 사례는 330건이다. 지난달에는 5박 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에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40대 한국인 남성이 혼수상태에 빠져 현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국제적인 범죄 생태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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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과 SNS에 올라온 캄보디아 취업이나 여행 동행을 모집하는 글. [사진=독자제공] |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에서 사이버 사기, 인신매매, 조직적 범죄 문제가 심각하고 20개국 이상이 피해국이라는 논문도 있다"며 "개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게 아니라 다국가 공조와 외교적 대응을 통한 범죄 생태계 해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 정부 보고서에서 경고됐던 사안인데 우리 정부는 너무 뒤늦게 움직이고 있다"며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위한 어떤 전략을 세울지조차 불투명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23년까지만 해도 몇 건에 불과하던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피해가 올해 들어 300건을 훌쩍 넘었다"며 "그런데도 양국 간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나 사법 공조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한국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지 경찰과 공조를 강화할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교 교수도 "우리 수사권 밖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외교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수사기관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며 외교당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어 "캄보디아 경찰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전략으로 관계 형성을 해야 할 것"이라며 "캄보디아 현지 경찰과 정보를 적극 교류해 우리 국민의 피해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이 제한적인 만큼 국민 스스로가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이윤호 교수는 "해외에서 '고수익 보장'이나 '단기간 일확천금'을 약속하는 제안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업을 제안하는 사람이나 업체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대사관·경찰서·국정원 등 공식 기관을 통해 교차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개인이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라고 덧붙였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