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모디 총리, 러산 원유 수입 구매 않기로 약속" 주장 일축해
"에너지 정책은 인도 소비자 이익 보호 목적에 따라 수립된다"며 기존 입장 반복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인도 외무부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인도 측은 또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17일(현지 시간) 이코노믹 타임스(ET) 등에 따르면,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최근 통화는 지난 9일에 있었고, 그날(15일) 두 사람 사이에는 전화 통화가 없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는데, 오늘 모디 총리가 앞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일축한 것이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또한 "주요 원유 및 가스 수입국인 인도는 가변성 높은 에너지 시장에서 인도 소비자 이익 보호를 일관되게 우선시해 왔다"며 인도의 에너지 수입 정책은 전적으로 이 같은 목적에 따라 수립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수년간 미국 에너지 구매를 확대해 왔다"며 "현 (미국) 행정부는 (인도와의) 에너지 협력 강화에 관심을 보였다.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해서 수입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이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라며 제재성 추가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했을 때에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경제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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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
원유 수요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인도는 또한,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 관계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 등으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에 대거 수입하며 중국에 이어 러시아산 원유의 제2대 수입국이 됐다.
BBC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21/22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의 400만 톤에서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8700만 톤으로 무려 20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은 약 527억 달러(약 74조 8604억원)로, 전체 원유 수입액의 약 37%를 차지했다.
한편, 백악관 관계자는 16일 미국과 인도가 생산적인 무역 회담을 가졌다며, 인도 정유업체들이 이미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50% 줄이고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