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기술주도 약세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이 22일(현지시간) 대체로 하락 마감했다.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프랑스 명품 대기업들의 부진한 분기 실적과 반도체 업종의 약세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연기 소식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장 초반 강보합세에서 하락 전환했다.
범유럽 지수수 STOXX600지수는 전일 대비 1.01포인트(0.18%) 하락한 572.29에 마감했다. 독일 DAX지수는 2만4151.13으로 178.90포인트(0.74%)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고,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프랑스 CAC40지수는 51.99포인트(0.63%) 내린 8206.87에 마쳤다.
투자심리를 억누른 가장 큰 요인은 프랑스 명품업체들의 실적 부진이었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중국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발표로 주가가 6.70% 급락했다. 에르메스 역시 연말 중국 시장 회복 기대를 낮추면서 2.27% 하락했다.
나틱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마브룩 셰투안 전략가는 "중국 내 소비 회복이 여전히 불균형적이며 이는 유럽 명품 시장의 성장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주도 장 하락을 부추겼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유럽 주요 반도체 관련주가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 외에도 독일의 SAP(-1.48%), 프랑스의 케링(-2.07%),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3.24%)도 약세를 보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일부 이사진 사임 소식이 전해지며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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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락 일색 속에서도 에너지 업종은 유가 상승에 힘입어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에너지 업종의 지지력은 시장 전반의 낙폭을 다소 완화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내주 굵직한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신중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강해졌다.
트레이드 네이션의 데이비드 모리슨 선임 시장 분석가는 "잠재적인 우크라이나 평화 체제안에 대한 낙관론은 그 지연으로 인해 완화됐으며, 이는 이미 신중한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주는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는 5억 파운드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깜짝' 발표하며 주가가 4.87% 뛰었다. 반면 유니크레딧은 강한 실적에도 향후 성장 우려가 부각돼 주가가 내렸다.
유럽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도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88.01포인트(0.93%) 상승한 9515.00을 나타냈다.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과 달리 안정적이었다는 소식이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하며 건설·부동산주 중심의 매수세가 나타났다.
영국의 9월 물가상승률은 석 달째 연 3.8%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연내 영란은행(BoE)의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슈로더스의 조지 브라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약 4%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시장은 여전히 내년에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는 실망스러운 생산성과 고착된 임금 상승이 결합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영란은행이 2026년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며, 다음 금리 움직임이 인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