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대표·총괄본부장 각각 징역 15년
법조계 "피해자수 등 고려…일반적 사례 될 수 없지만 법리적 영향 예상"
중대재해 47건 중 42건 집행유예…벌금도 평균 1억원 내외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23일 법원에서 가장 무거운 형량이 나왔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이른바 '아리셀 참사'의 경영책임자와 현장책임자로 지목된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그리고 3일 뒤인 26일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이사 송모 씨가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2022년 법이 시행된 이후 한국제강 대표의 징역 1년에 이은 두 번째 실형 확정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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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 화재사고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가 내려진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가족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 '툭' 튀어나온 아리셀 15년 선고의 의미
박 대표 등에 대한 징역 15년은 법조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도 그럴것이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집행유예율은 85.7%였고, 47건의 징역형 유죄 평균 형량도 징역 1년1개월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47건 중 42건은 집행유예가 나왔고, 벌금 또한 50개 법인 중 20억원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원에 그쳤다.
이에 노동계 등에선 아리셀 참사 1심 선고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법조계에선 양형 부분에 있어 다른 재판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인선 변호사(법무법인YK 중대재해센터장)는 "아리셀 사건은 피해자 수와 과거 사고 이력, 그리고 그 간격 등을 볼 때 사용자에게 재해 발생 전 충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가중하면 징역 25년까지 가능하지만 15년은 법정 최고형으로, 일반적인 사례가 될 수는 없다"며 "아리셀 사건은 양형 부분보다는 법리적인 부분에서 다른 사건의 재판에 많은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리셀 사고에 '참사'라는 비극적인 단어가 붙은 만큼, 일반적 중대재해 사건에 직접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법리적 측면에서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이제까지는 합의를 기계적으로 감형에 반영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리셀 사건에선 금전적 합의를 감형 사유로 보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며 "산업재해 사고 발생시 피해 근로자와의 합의를 서두르는 기업의 관행이나 이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있어서 향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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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6 photo@newspim.com |
◆ 법원의 보수적 판단 일으킨 법률의 '모호함'
'중대재해처벌법이 전제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산업 재해의 발생은 재해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을 유발한 행위자들이나 구체적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들에게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 즉,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대표이사와 같은 경영책임자등에게도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박 대표에 대한 양형 사유로 적시된 내용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이같은 법원 판단은 흔하지 않으며, 여전히 법원 판단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법조계에선 이같은 간극이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모호함'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초기부터도 형사처벌 만능주의로 갈 것인지, 경제적 제재로 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많았다. 그리고 현시점에서도 이를 되짚어봐야 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복수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과 한 명의 경영책임자가 하나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과 영세기업에게 동일한 법령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즉 법령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법원이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으로 ▲인센티브제 ▲경제적 불이익 ▲제도적 인프라 지원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는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등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도 기업에 징벌적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검찰의 재량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변호사는 "해외 입법례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재해성 사고들을 형사처벌이라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경제적인 징벌적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며 "사고를 방지하자는 목적을 달성하는 길에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면 과태료 제재 등의 길도 충분히 기업에게는 위협적인 제재"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기업 측에선 법적 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적시해달라는 주장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법률이 일부 모호하고 기업에 과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못 지킬 정도 수준'으로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업장의 규모, 기업이 사고 방지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등 현실적인 판단은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거나 구형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다만 현 정부가 '노동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이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