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한·미 관세협상 후속 합의가 지난달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졌다.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연간 최대 200억 달러씩 분할 투자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의 발표 직후, 양국 정부의 해석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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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진 국제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회담 직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기존에 알려진 내용에 더해 "막대한 양의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고, 한국의 부유한 기업과 기업인들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6,000억 달러를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국 정부의 발표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한국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100%!"라고 선언했다. 비관세 장벽의 핵심이던 쌀·쇠고기 시장 개방을 막아냈다고 자평한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러트닉 장관은 또 "이번 합의에는 반도체 관세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실은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결국 어느 쪽의 설명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각자 해석의 협상'이 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며, 공식 문서가 공개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팩트시트가 수일 내, 혹은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예정인 가운데 결국 향후 공개될 '팩트시트 문구'가 한·미 양국의 입장차를 정리할 사실상의 '진짜 합의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투자 합의 외에도 주목할 대목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문구다. "한·미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 협력한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명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안보·국방 분야에서 상징적 변곡점을 만들겠지만, 실제 건조 기술과 연료 지원 같은 핵심 사안은 여전히 별도 협상 대상이다.
결국 이번 협상은 '국익'과 '정치적 수사', 그리고 '이행의 현실'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합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합의가 실제로 어떻게 해석되고 집행되느냐다. 팩트시트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농업·반도체·국방을 모두 흔들 수 있다.
향후 구체적 세부 내용과 비준 절차, 산업계의 체감 변화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해석과 실질적 후속 조치일 것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