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한웅 기자 = 전 세계 전력산업의 기술 표준을 논의하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TC112 국제표준회의가 11월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롯데호텔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전기산업연구원(ERIK)이 주관했으며, 유럽, 북미, 아시아 등 20여 개국에서 표준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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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제전기기술위원회] |
IEC TC112는 절연 재료 (Electrical Insulating Materials, EIM)와 절연 시스템 (Electrical Insulation Systems, EIS)의 성능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국제표준을 제정 및 개정하는 기술위원회로, 발전, 송배전, 변압기, 개폐장치, 케이블 등 전력설비 전반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한다.
서울 회의 기간 중 8개 분과 (Working Groups)는 각각 회의를 열고 ▲ HVDC 절연 평가 ▲ 트래킹 및 침식 시험 ▲ 열적 내구성 평가 ▲ 공간 전하 측정 등 전력산업 전반의 신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표준 개정 및 신규 제안 과제를 다뤘다.
이번 회의에서는 ▲ IEC TS 61251-2 (DC 절연 내구성 평가) ▲ IEC 61621 및 IEC 63600 (고전압 트래킹 및 침식 시험 및 소수성 유지 평가) ▲ IEC 61857-42 (전기차용 절연 시스템 평가) ▲ IEC TS 62758-2 (공간 전하 측정 장비 고온 교정 기준) 등 산업계가 요구하는 실질적 표준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6일 열린 공식 환영 만찬에는 ▲ 국가기술표준원 김대자 원장, ▲ 한국전력공사 서철수 부사장, ▲ 효성중공업 우태희 사장(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 한국전기공사협회 장현우 회장, ▲ 전기공사공제조합 백남길 이사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서철수 부사장은 "양주 HVDC 변환소는 한전과 효성, 전기연구원 등 국내 산·학·연이 협력해 구축한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압형 HVDC 실증 인프라로,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국제표준이 이러한 기술 성과와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우태희 사장은 "IEC TC112는 전기차, ESS, HVDC 등 고전압 산업의 안전과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위원회로, 한국이 기술 혁신과 ESG 경영을 기반으로 글로벌 표준 선도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자 원장은 "이번 회의는 국제표준화의 중심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이며,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글로벌 표준을 이끌어갈 기반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회의 기간 중 참가자들은 한국전력공사 양주변전소를 방문해 국내 기술로 개발 및 상용화된 200MW급 전압형 (VSC) HVDC 실증단지를 견학했다. 이 시설은 효성중공업이 국산 기술로 제작하고 한전이 실계통에 적용 중인 설비로, 한국이 HVDC 분야에서 기술 자립과 실증 역량을 모두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장이다.
또한 회의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참가자들이 서울의 문화유산 경복궁을 방문하며 짧은 일정 동안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함께 체험했다. 참석자들은 "기술만큼이나 문화적으로도 인상적인 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회의 기간 중 분과 의장 (Chairman)과 컨비너 (Convenor)들은 각국의 절연 기술 및 표준화 동향을 공유하는 기술 세미나 (Technical Seminar)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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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제전기기술위원회] |
특히 한국전기산업연구원 김민령 박사는 'Influence of Test Parameters on DC Tracking and Erosion Characteristics'라는 주제로 국내 연구성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해당 연구는 HVDC 절연재의 트래킹 및 침식 시험 변수 (전압, 극성, 유량) 간 상호 영향을 분석한 결과로, WG5 (트래킹 분과)의 후속 프로젝트 논의로 채택됐다.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이형주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회의는 기술을 넘어 신뢰를 나누는 국제 협력의 장이며, 전기라는 공통의 언어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원은 산업, 정부, 학계를 잇는 가교로서 기술로 산업을 연결하고, 표준으로 신뢰를 세우며, 사람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IEC TC112 서울 회의는 7일 총회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뛰어난 준비와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의 표준화 논의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기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총회는 한국이 기술적으로 동등한 협력 파트너로서 국제표준 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라며, "국내 전력산업의 축적된 기술력과 현장 경험이 세계 표준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whits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