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기업 감소로 약해진 성장 기반
규제 차등·자본 제약이 만든 성장 단절
인센티브·규제개혁·금융 활성화 제안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경제계가 기업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하려면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혜택이 줄고 규제가 늘어나는 '역 인센티브 구조'를 고치고, 성장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기업 '스케일 하이웨이'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민관이 힘을 모아 이 같은 성장 구조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제2차 기업성장포럼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월 열린 1차 포럼 뒤에 마련된 정례 자리다. 정부와 국회, 학계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한정애·김도읍 정책위의장,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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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인협회 전경 [사진=뉴스핌DB] |
정철 원장은 기조발언에서 성장 둔화를 이끄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신생기업 감소와 신생률 둔화가 이어지며 성장 기반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신생기업은 2019년 10만5000개에서 지난해 9만5600개로 줄었다. 대기업 신생률도 같은 기간 4.4%에서 2.0%로 떨어졌다. 중견기업 신생률도 1.0% 수준에 머물렀다.
정 원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신생률 하락과 소멸률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소멸률은 2019년 1.0%에서 2022년 1.6%로 올랐다. 중견기업 자연증가율도 최근 4년 내내 0%대에 머물렀다. 제조업에서도 고성장기업 수가 줄었다. 3년간 매출과 고용이 10% 이상 늘어난 기업은 2014년 5424개에서 올해 4910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기업도 1147개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보다 많았다.
정 원장은 이 같은 흐름을 바꾸기 위한 해법으로 '스케일업 하이웨이'를 제안했다. 그는 스케일업 하이웨이를 이루는 핵심 전략도 제시했다. 첫째는 성장 인센티브다. 정 원장은 "자산 등 기업 규모 기준에 따른 차별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영국처럼 연구개발 지출 증가율을 반영하는 세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 규제 개편이다. 정 원장은 "자산 기준으로 규제를 달리하는 사전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 지배력 남용이 나타날 때 개입하는 방식의 사후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공시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생산적 금융이다. 정 원장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지주회사가 펀드 운용사를 보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이 손잡을 여건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형 벤처투자 조직(CVC) 규제도 손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외부 자금 유치 비율과 해외 투자 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걸림돌 제거를 요구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생산적 금융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경쟁이 아닌 협력 구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자본이 스타트업 실험과 혁신을 밀어줄 구조가 마련되면 개방형 혁신이 현실이 된다"고 밝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는 2500여 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공정거래 제도 개편 필요성도 이어졌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현 제도는 기업집단 지정과 계열사 거래를 폭넓게 묶어 장기 전략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첨단 바이오, 양자기술은 거대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지금의 규제로는 자본 조달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화한 환경에 맞게 공정거래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