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무회의서 '전통시장법' 의결
'깡' 등 부정유통 성화…5년간 500억
부정행위 법률 명시…처벌 근거 마련
임시 등록 후 운영 증빙해야 자격 부여
한성숙 "본래 의도 작동토록 지속 강화"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의 핵심 수단인 '온누리 상품권'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중심으로 재정비된다.
그동안 온누리 상품권 정책은 발행 확대와 할인행사 중심의 양적 확대가 이어졌지만, 일부에서는 상품권 '깡'과 같은 부정유통이 반복되며 정책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이런 부작용을 바로잡고 제도의 본래 목적에 집중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 5년간 부정유통 200건 적발…상인-브로커 '조직화' 정황까지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국무회의에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해당 법은 온누리 상품권 매출액 기준 도입과 부정유통 제재 강화, 화재공제 가입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은 그동안 할인 행사와 발행 확대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부정유통 문제가 정책 신뢰를 흔든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중기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부정유통 사건은 200건이 넘고, 부정 유통액은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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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현황 [자료=오세희 의원실] 2024.07.30 rang@newspim.com |
특히 결제액 50억원 이상 고액 가맹점 22곳 중 9곳에서만 약 1800억원이 부정 유통돼, 전체의 70% 이상이 대형 가맹점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적발 시에도 최대 500만원 수준의 과태료로 마무리되고, 가맹 취소까지 간 건수는 한자릿수에 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온누리 상품권 부정유통은 단순 편법을 넘어 조직화되고 대형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지역에서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시장 상인과 상품권 업자들이 물품·용역 제공 없이 상품권 1300억원 규모를 사들인 뒤 정상 거래로 위장해, 환전 과정에서 국가 보조금 약 62억원을 편취한 사건이 적발됐다. 주범은 허위 가맹점을 추가 설립해 각 점포의 월 환전 한도를 99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량 깡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의 한 마늘가게가 반년 넘게 억대 상품권을 현금 환전한 '마늘가게 사건'도 부정구조의 민낯을 보여줬다. 해당 사건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뒤 정부가 월 매출 5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 15곳을 전수조사했는데, 이 중 13곳에서 부정유통이 확인됐다. 이들은 온누리 깡·허위매출·가맹 제한 업종 위장 등록 등 복합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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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팔달신시장 내 위치한 온누리상품권 매출 2위 업체 전경. 1·3위 업체는 등록한 주소에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 [사진=장철민 의원실] 2024.10.25 rang@newspim.com |
광주 지역에서는 상인회 차원의 조직적 연계 정황이 발견됐다. 상인회가 구매자를 동원해 불법 매집한 200억원대 상품권을 환전한 사건 이후, 모바일 상품권 100억원대 깡 사건까지 잇따라 드러났다. 이들 사건은 상인·브로커·상품권 업자가 삼각 구조로 묶여 있었고, 일부는 세금 범죄까지 연계돼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확대된 것으로 전해진다.
◆ 일정 기준 초과시 신규 등록 제한…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이에 정부는 온누리 상품권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보다 충실히 실현되도록 뒷받침하고, 상품권 부정유통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먼저 정부는 온누리 상품권이 특정 가맹점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가맹점의 매출액 또는 환전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신규 등록·갱신을 제한하거나 등록을 말소하도록 했다. 영세 소상공인 중심의 정책 효과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존 등록 가맹점은 유효기간까지 예외적으로 지위를 유지해 사업자 예측 가능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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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16일 오후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온누리상품권 이용을 독려하는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동안 온누리상품권 이용이 불가능했지만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면서 온누리상품권 취급이 가능해졌다. 2023.08.16 choipix16@newspim.com |
다양한 부정유통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동안은 부정유통 유형이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단속에 한계를 겪어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점포 외 수취 후 환전 ▲타 가맹점 재사용 ▲제3자 공모 부정유통 ▲비가맹점 취급·재판매 등 대표적 부정행위를 법률에 명시했다.
또 부정유통 경중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며, 불법 현금화 등 부정유통이 적발될 경우 부당 이득금의 3배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가맹점 등록이 취소된 경우 적용되는 '지원 중단 기간'과 '재가맹 제한 기간'이 기존 최대 3년·1년에서 각각 최대 5년으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반복적 부정유통을 시도하는 사례를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맹점 등록 절차와 관리 방안도 개편했다. 가맹점 신규 등록은 우선 임시 등록(조건부 등록)으로 처리되고, 30일 이내에 실제 운영 증빙을 제출해야 정식 등록된다. 이를 통해 주소 불일치·유령점포 등 문제의 상당 부분이 개선될 전망이다. 가맹점 등록 현황은 중기부 누리집에 공개해 투명성도 높인다.
이번 개정으로 화재 취약 지역인 상점가·골목형 상점가도 공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구간은 점포 밀집도가 높아 화재 시 큰 피해 가능성이 있으나, 보험료 부담 등으로 민간 화재보험 가입률이 낮아 위험에 취약한 상황이었다. 기존 전통시장뿐 아니라 상점가·골목형 상점가 상인까지 보장 범위를 넓혀, 피해 규모가 큰 반면 가입률은 낮았던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개정은 온누리 상품권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제기돼 온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한 조치로, 부정유통에 대한 대응을 한층 촘촘하고 강력하게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온누리 상품권이 본래 의도했던 대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의 매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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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강남구 씨스퀘어에서 열린 '소상공인 성장 제1차 릴레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2025.11.20 pho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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