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금융위 출신 의도적 배제 아냐", 낙하산 인사 성과 부족 때문
부실 프로젝트 논란 속 내부 경험·조직 이해도 높은 내부 출신 관심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 관료들이 금융공공기관 수장으로 향하던 인사 관행이 변화를 맞고 있다. 현 정부들어 기관 내부 출신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인사가 그 시작이었다. 산업은행 회장은 정권과 인연이 있는 학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공채 출신이 회장이 됐다. 박상진 회장은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약 30년간 재직하며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산은맨이다. 수출입은행장도 내부 출신 황기연 은행장이 등용됐다.
이후에도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 관료들이 금융 공공기관 수장 인사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예보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 5일 진행한 차기 사장 후보 면접에는 내부 출신인 김광남 전 예보 부사장,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과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김영길 전 예보 상임이사,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인 김성식 변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금융감독원 최초의 여성 부원장 출신인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와 서금원과 연관된 경력을 지닌 후보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 중심이 관 출신에서 내부 및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관료 출신 금융기관장들이 전문성과 안정성 면에서 장점을 지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예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등 현 여권 내 모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금융을 맡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인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인사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를 배제하는 기조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 잘하는 인사를 중시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기조가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모피아 출신이어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 실무형 지도자나 기관장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라며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분들은 통상 은퇴 즈음에 오는데 성과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이런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기관에서 불거진 부실 프로젝트 논란이나 정부 정책과의 괴리가 노출되면서, 내부 경험과 조직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줄이자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 수장이 조직의 문화나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내부 인사는 곧바로 현안을 파악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권 차원에서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외부 낙하산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이번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신뢰 회복과 금융기관의 '자율적 경영' 강화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관료 출신이 독식했던 금융 기관장 인사의 다양성이 커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정권에서 금융 기관장 인사를 오랫동안 안했다"라며 "관료를 딱히 배제하는 것은 안되지만 다양성이 늘어나야 하고 전문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