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도로공사 아포짓 스파이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2·등록명 모마).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외국인 에이스가 아니다.
V리그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파워'와 '득점 기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은 그를 다른 선수로 바꿔 놓았다.

이제 모마는 '한국형 용병'이라 불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배구가 추구하는 끈기, 팀워크, 헌신을 정확히 체화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가장 먼저 인사하고, 훈련장에서 가장 늦게 코트를 나서는 선수. 실수를 하면 먼저 손을 들고, 동료가 흔들리면 등을 두드린다. 그런 모습이 이제 동료는 물론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GS칼텍스, 현대건설을 거쳐 도로공사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한 가지다. 팀을 위해 끝까지 희생하는 자세.

모마가 왜 최고의 선수인지, 도로공사가 왜 최강의 팀인지 23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다시 증명됐다. 모마의 컨디션은 이날 최악이었다. 감기 몸살로 마스크를 쓴 채 코트에 선 모마는 초반 두 세트 동안 고전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3세트에 들어서며 분위기를 바꿨다. 상대 블로킹을 뚫는 강타가 터진 순간 모마는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그 한 번의 환호가 도로공사의 에너지를 되살렸다. 4세트 8득점, 마지막 5세트 9득점. 범실은 하나도 없었다.
김종민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끝까지 책임지려는 의지가 대단했다. 그런 선수가 팀을 움직인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오히려 모마는 담담했다. "마스크가 날 막을 순 없었어요. 이기고 싶었고,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어요."

목소리는 쉰 듯하면서도 단단했다. 아프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팀을 하나로 묶었다. 도로공사는 그 투혼을 발판으로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이제 모마는 한국 배구의 '리더형 용병'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투혼이 동료들을 춤추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최고로 만들었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