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 우대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조항 어겨"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요 각료와 연방 부처들이 성탄절을 맞아 공식 계정에 일제히 강한 기독교적 메시지를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주요 각료와 기관들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올린 성탄절 메시지가 수정헌법 1조의 '국교금지(Establishment Clause)'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자신의 공식 계정에 "오늘 우리는 우리의 주님이자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그분의 빛이 당신과 가정에 평화, 희망, 그리고 기쁨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크리스마스의 기쁜 메시지는 그리스도를 통한 영원한 생명의 희망"이라며 종교적 색체가 강한 글을 올렸다. 이 밖에 노동부 공식 계정에는 찬송가 가사를 인용한 "온 땅이 왕(예수 그리스도)을 맞이하게 하라"는 문구가 올라왔다.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곳은 국토안보부(DHS)로 DHS는 성탄 전야에 "우리는 하나의 나라와 하나의 구세주를 나누는 축복을 받았다"는 글과 함께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성조기와 크리스마스트리,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그리고 예수 탄생 장면이 나란히 배치됐으며 "그리스도 탄생의 기적을 기억하라"는 자막이 삽입돼 있었다.
NYT는 이러한 행보가 정부의 특정 종교 편향을 금지한 수정헌법 1조를 위태롭게 할 소지가 크다고 짚었다. 그간 역대 정부 관료들은 종교 옹호 논란을 피하고자 '사랑'과 '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실제 이번 성탄절에도 미 의회 양당 의원 대부분은 포용적인 메시지를 냈으나,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은 이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레이첼 레이저 '정교분리를 위한 미국인 연합' 회장은 NYT에 "미국인들이 정부 정보를 얻기 위해 전도용 언어까지 걸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선 안 된다"며 이번 메시지를 "분열적이고 반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백악관은 당당한 태도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논란에 대해 "비판자가 누구냐? 당신들이냐?"라고 반문하며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답변으로 일축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독교를 다시 가져오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반(反)기독교 행위에 대응하는 종교 자유 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앙 사무국을 백악관 내에 신설하는 등 기독교적 가치를 국정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기독교 인구 비율은 약 62%로 감소 추세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 세력 결집을 위해 정교분리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