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회 제동 가능성…투자자 '관망'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소 100만 달러(15억 원)를 내면 몇 주 안에 미국 영주권에 준하는 체류 자격을 제공한다는 이른바 '트럼프 골드카드' 비자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시키면서, 법적 정당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내 이민 변호사와 학자들은 의회 동의 없이 사실상 새로운 비자 범주를 만든 셈이라며 소송과 의회 제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골드카드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개인 신청자는 환불이 불가능한 신청 수수료 1만500 달러(2200만 원)를 납부한 뒤 신원 조회를 통과하면, 미국에 '실질적 혜택을 줄 것'이라는 증거로 10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해야 영주권에 준하는 체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 동일한 신청 수수료에 더해 직원 1인당 200만 달러(30억 원)를 내면 해당 직원을 후원해 골드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적은 비용으로 후원 대상을 다른 직원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웹사이트는 '기록적인 시간', 즉 수 주 안에 영주권을 약속하고 있으며, 카드 이미지는 금색 바탕의 신용카드 모양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넣어 상징성을 앞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골드카드가 "자격을 갖추고 검증된 모든 사람들에게 시민권으로 가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며, 미국 기업들이 "귀중한 인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행정명령을 통해 '상당한 재정적 기부'를 제공하는 개인에게 상무부 장관 감독 아래 골드카드를 부여하도록 했지만, 이민법 학자들은 새 영주권 범주는 의회의 입법 사항이라는 점에서 위헌 소송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골드카드가 기존 투자이민(EB-5)을 우회해 초고액 기부자에게 별도의 신속수속(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가족 초청 등 다른 이민 카테고리와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 내 이민·인권 단체들은 골드카드가 엄격한 단속·추방 정책과 병행되면서 "돈 있는 사람만 몇 주 만에 입국을 보장받는 이중 이민 시스템"을 고착화한다고 비판한다. 또 기존 EB-5와 달리 명시적 고용 창출 요건이 약해 '영주권 판매'에 가깝고, 부패·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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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골드카드 공식 웹사이트 화면. [사진제공=트럼프 골드카드] |
뉴욕타임스(NYT)는 골드카드를 "부유층에게 신속한 입국을 보장하는 또 하나의 통로"로 소개하면서, 기존 고급 인력·투자 이민 카테고리를 활용해 사실상 '돈으로 시간을 사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골든 비자' 제도와 유사하게 부패·자금세탁 논란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미국 이민 시스템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카드가 전문직 전용 H-1B 비자 추가 부담금 인상과 연동된, "이민 시스템을 뒤흔들며 동시에 국고 수입을 늘리려는 패키지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행정명령만으로 사실상 새로운 영주권 트랙을 만든 시도가 규정 정비와 소송에 막혀 집행 과정에서 큰 혼선을 부를 수 있고, 기존 EB-5 투자이민 축소 시 부동산·인프라 개발 자금이 위축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인도·중국 등 고액 자산가 고객들에게, 법적 불확실성이 큰 골드카드 대신 기존 EB-5 투자이민이나 특별 능력·고급인력 비자 등 확립된 카테고리를 우선 검토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환불 불가 신청 수수료와 최소 1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부담하고도 제도 무효화 시 체류 자격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제도의 법적 향방과 의회·법원의 대응을 지켜보며 관망하라"는 주문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