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률 낮은 신사업 위주 구성에 '고객 유인책' 지적
과거 판례는 10만원…보상 수준도 도마 위
김범석 의장 재차 불출석에 국정조사·징벌배상 논의 가속
시민단체·소비자단체 반발 확산, 국회 질타 수위도 고조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이 연석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역효과만 거세지고 있다. 고객 전원에게 1인당 5만원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는 가운데 쿠팡과 쿠팡이츠 등 고객이 대부분 사용하는 플랫폼에서는 각 5000원씩만 사용하도록 해 사실상 5000원 보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청문회를 재차 불출석하는 사안까지 전해지며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여론도 강해지고 있다.
29일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총 1조685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전원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보상안을 두고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고객 한 명당 지급되는 혜택은 총 5만 원 상당인데 이중 로켓배송·로켓직구·마켓플레이스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5000원, 배달앱 쿠팡이츠 금액이 5000원에 그친다. 나머지는 쿠팡트래블, 알럭스 등 대부분의 쿠팡 사용자들이 이용하지 않는 앱이다. 쿠팡 측에서는 이용자 확보를 위해 키우고 있는 신사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보상안'이 아닌 "고객 유인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상액 규모 자체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유사 개인정보 유출 사례에서 법원이 제시했던 배상액은 1인당 10만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법원은 2014년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고객 이름,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등 20종의 개인정보 1억여 건이 유출된 사건에 대해 1명당 최대 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발생한 2016년 인터파크, 2024년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례에서도 모두 1인당 10만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올해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SK텔레콤에 대해서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인당 10만원을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134개 개인·시민단체가 모인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상이냐 판촉행위냐"고 지적했고 참여연대 또한 "국민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1인당 5만원,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금보상이 아닌 구매이용권을 내놨다"며 "이는 한달 요금의 절반을 면제한 SK텔레콤의 보상안보다도 후퇴한 안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쿠팡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쿠팡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경찰 측에서 쿠팡이 발표한 결과가 협의된 부분이 없었다고 반발하면서다. 쿠팡은 지난 21일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포렌식 분석한 후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자료 제출과 관련해 사전에 통보받은 건 없고,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사전에 통보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이어 "쿠팡이 허위·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혐의 여부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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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보상안부터 자체조사 결과까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이번에도 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혀 여야를 비롯한 국회에서는 국정조사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 정부마저 패싱하는 쿠팡과 김범석, 일벌백계로 경종을 울리겠다"며 "추후 국정조사 실시는 물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소비자들의 태도도 돌아서고 있다. 보상안부터 김범석 의장 불출석까지, 한국의 소비자를 우습게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쿠팡의 대응을 '안하무인격 행위'로 규정했다. 협의회는 "영업정지, 택배 사업자 등록 취소 등 우리나라 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의 청문회 질타 수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책임은 회피하고, 위기마저 장사에 이용하려는 쿠팡. 어디까지 갈 건가"라며 "이번 연석청문회에 안 나오면 즉시 고발한다. 이 부분은 국민의힘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