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는 약 124조원 투입...역대 최대 매수 규모
美·印 무역 협상 타결, AI 투자 열기 약화 등에 따라 내년 매수세 전환할 수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올해 인도 증시의 국내외 투자자들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해외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전례 없는 규모로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이코노믹 타임스(ET)가 30일 보도했다.
ET에 따르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FPI)는 올해 인도 증시에서 약 1조 5400억 루피(약 24조 7016억 원)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성장세 둔화와 높은 밸류에이션, 루피 가치 하락이 위험 회피 심리를 약화시키면서 사상 최대 연간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연기금과 뮤추얼 펀드(MF)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 투자자(DII) 올해 7조 7000억 루피를 인도 증시에 투입했다.
인도 증시 내 DII 비중은 3월부터 FPI를 앞지르기 시작해 연말까지 그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의 인도 주식 보유 비중은 2024년 말 17.4%에서 올해 7~9월 분기 기준 16.9%까지 하락하며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인도 국내 뮤추얼 펀드의 보유 비중은 2024년 말 10%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사상 최고치인 10.9%로 확대됐다.
IIFL 캐피털 서비스의 스리람 벨라유단 수석 부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도 주식 매도는 상대적으로 다른 시장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며 "부진한 실적, 관세 부담, 루피 약세, 높은 기업 가치 평가 등이 투자자들을 인도 증시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 증시 벤치마크 지수는 올해 다른 신흥 시장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센섹스와 니프티 지수는 각각 9.7%, 8.4% 상승한 반면, 중국·브라질·대만 등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26~34%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DII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없었다면 인도 증시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벨라유단은 "올해 전례 없는 정기투자(SIP) 유입은 해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지탱해 주었다"고 말했다.
ET에 따르면, 인도 국내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는 3조 2200억 루피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는 1차 시장과 1차 시장 모두에 유입되어 많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싯 C 메타 인터미디에이츠의 리서치 책임자인 시다르트 밤레는 "인도 국내 투자자들은 금과 같은 원자재 투자에 있어 상장지수펀드(ETF) 기반 매수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및 해외 투자에 대한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식 투자가 유일한 선택지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올해 1차 시장과 2차 시장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2차 시장에서는 2조 2800억 루피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고, 활황을 보인 IPO 시장에는 7400억 루피를 투자했다.
인도 IPO 시장은 올해 사상 최고치인 1조 7500억 루피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와 관련, 밤레는 "전체 자금 유입 규모 대비 1차 시장으로의 외국인 유입 비중은 낮은 편이다. 이는 주로 거래 기반 매수에 그치고 대형 IPO에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인 인도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인도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직면했던 마지막 시기는 2022년으로, 당시 1·2차 시장에서 총 1조 2000억 루피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2023년 2차 시장에 1조 3000억 루피라는 기록적인 자금 유입이 있었지만, 2024년 10월 1조 루피 이상의 월간 최대 순유출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7개월에 걸쳐 매도세가, 5개월에 걸쳐 매수세가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의 강한 매도세는 내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미국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되고 루피 가치가 반등한다면 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벨라유단은 "역사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은 대규모 매도 이후 매수세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며 "2026년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밤레는 "2026년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가 없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매수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투자자들이 서두르지 않기 때문에 매수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틸랄 오스왈 파이낸셜 서비스의 자산 관리 부문 리서치 책임자인 시다르타 켐카는 "인도의 기업 가치가 완화되고 수익이 안정되며 경제 성장 전망이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2026년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엘라라 캐피털의 경제학자 가리마 카푸어는 공공 자본 지출 증가, 인플레이션 완화, 무역 협상 진전 가능성, 미국 금리 인하 등으로 1~3월 분기에 자금 유입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투자 열기 약화도 외국인 매도세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인 사이온 무케르지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 유입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지만, 글로벌 AI 거래량의 둔화와 다른 아시아 및 신흥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2026년에 인도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