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 단일화, 독립성 강화 등 핵심…금융지주는 "당국 방향 먼저"
"보수는 1억 안되는데 법적 책임 막중", "정책적 목적 치우친 의사결정 우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이사회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출신 중심으로 구성돼 전문성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사외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강화, 최고경영자(CEO) 선임·승계 과정의 투명성 제고 등이 이번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방향으로 거론된다. 당국은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제도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지주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조심스럽다. 겉으로는 당국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방향은 이해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상당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현행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대해 "큰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협의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배구조법과 모범규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매번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절차를 구성해 공시와 이행을 반복해 왔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논의 없이 방향만 제시되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개선을 둘러싼 현실적인 제약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정보기술(IT),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영입을 주문하고 있지만, 보수와 책임 간 불균형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사외이사 보수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당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과연 합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필요한 인재들은 이미 수십억원대 보수를 받는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크고, 반면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책임과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인사는 이사회 개편이 자칫 정책적 목적에 치우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사회가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데만 집중할 경우, 기업의 장기 수익성이나 주주가치보다 정책적 목적이 우선되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보다 명확한 개혁 방향과 기준을 제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더라도 당국의 시각과 엇갈릴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원하는 최종 그림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면 금융지주들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방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해외 사례와 국내 현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지배구조 개선의 성패는 금융당국의 개혁 의지와 금융지주의 수용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사회 다양성과 독립성 강화라는 목표가 형식적 기준 충족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금융회사의 장기 경쟁력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