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코르티나의 설원은 41세의 그에게 끝내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십자인대 파열을 안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던 린지 본(미국)이 레이스 초반 불의의 사고로 쓰러져 닥터 헬기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활강 경기 중 넘어지며 완주에 실패했다.


13번째로 출발한 본은 힘차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코스 초반 깃대에 스치듯 부딪힌 뒤 중심을 잃었고, 그대로 설원 위에 쓰러졌다. 몸이 몇 차례 구르며 멈췄지만 본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이 곧바로 코스로 뛰어들어 상태를 확인했고,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자 닥터 헬기를 호출했다. 본은 들것에 실려 헬기로 이송됐고, 경기장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전광판을 통해 사고 장면을 지켜본 선수들과 관중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직전까지 선두를 달리던 브리지 존슨(미국)은 얼굴을 감싸 쥔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린지 본은 이 종목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활강 금메달, 2018 평창 대회 동메달을 따내며 알파인 스키 역사를 장식했다. 2019년 은퇴했지만, 2024-2025시즌 현역 복귀를 선언하며 다시 올림픽 무대를 향해 달려왔다.

복귀 이후 성적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3회를 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스위스 월드컵에서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고,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본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코르티나 올림픽 코스에서 연습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다시 한 번 기적 같은 레이스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는 냉정했다. 전설의 도전은 불의의 사고와 함께 멈췄고, 본은 또 한 번 부상과 싸우게 됐다. 코르티나의 설원에는 환호 대신 깊은 탄식만이 남았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