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상속 협의 적법…유지 메모 존재 인정"
지배구조 리스크 부담 덜어...장기 전략 추진 여건 확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승계 과정의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지난 2018년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유효하다고 보고, '경영재산을 모두 구 회장에게 상속한다'는 취지의 유지 메모 존재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를 둘러싼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1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1심 판결은 구광모 LG 회장 개인과 LG그룹 전반에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간 이어진 가족 간 상속 분쟁은 그룹 전반의 리더십을 둘러싼 변수로 작용해 왔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는 구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구 선대회장은 친아들이 사망한 이후 장자 승계 전통을 고려해 조카였던 구 회장을 지난 2004년 양자로 들였다. 이후 구 회장은 ㈜LG와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18년 구 선대회장 별세 직후 회장에 올랐다.
취임 이후 구 회장은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LG AI연구원 설립 등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며 그룹 체질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2023년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구연수 씨가 상속 지분 배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확산됐다. 이들은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착오나 기망에 의해 체결됐다고 주장하며, ㈜LG 지분을 포함한 상속 재산을 법정 상속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로 재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5월 구 선대회장 별세 후 구 회장은 ㈜LG 지분 11.28% 가운데 약 8.76%를 상속받으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나머지를 구연경씨가 2.01%, 구연수씨 0.51%씩 나눠 가졌다. 김 여사는 주식을 상속 받진 않았다. 또 두 딸은 예금과 부동산, 미술품 등 개인 재산을 상속받았다. 상속 절차는 같은 해 11월 마무리됐다.
현재 구 회장은 ㈜LG 지분 16.27%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그룹 정점인 ㈜LG의 지분을 최대로 보유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8.19%), 실체스터(7.17%), 미래에셋자산운용(5.19%) 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김 여사와 구연경·구연수 씨는 각각 4.29%, 2.97%, 0.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요구한 대로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로 상속이 이뤄졌다면 김 여사가 3.76%의 지분을 가져가고, 구 회장을 비롯한 세 자녀는 각각 2.51%의 지분을 받아야 했을 수 있다. 이 경우 구 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 체제가 흔들릴 우려가 있었다.

이번 재판부는 상속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LG 재무관리팀이 원고 측 위임을 받아 협의서에 날인한 점을 인정했고, 최초 협의서 내용이 김영식 여사의 요청에 따라 일부 수정된 점을 근거로 원고 측의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봤다. 또한 재무관리팀 직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경영재산을 모두 구 회장에게 상속한다'는 취지의 유언장 또는 유지 메모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사 중심의 대기업 구조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 안정성이 곧 전략 실행력과 연결된다"며 "지분 구조가 불안정하면 경영 의사결정이 외부 변수에 좌우될 수 있는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지배구조는 장기 성장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범 LG가의 오랜 기업 문화와 대비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G는 창업주 구인회 회장 이후 장자 승계 원칙과 상호 합의를 통한 지분 정리를 이어오며, 총수일가 간 공개 분쟁 없이 경영권을 넘겨온 기업으로 꼽혀 왔다. 계열 분리 과정에서도 법적 다툼보다는 내부 조율과 합의를 통해 정리해 온 점이 특징이다.
이런 배경에서 직계 가족이 상속 절차의 효력을 문제 삼아 법원 판단을 구한 것은 LG의 전통적 승계 관행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인화(人和, 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를 핵심 가치로 삼아온 그룹에서 공개 소송으로 번진 것 자체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구 회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은 "당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법원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