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류 5년간 연평균 8.3% 상승…설 이후에도 가격 오름세↑
농경연 "보편 할인 한계 뚜렷…취약계층 선별 지원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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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주요 성수품 공급을 평시 대비 1.7배로 확대하고 566억원 규모 할인 지원에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체감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농축산물 가격의 구조적 상승 압력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보편적 할인 중심 대책에서 벗어나 품목별 맞춤 전략과 취약계층 선별 지원, 민간 재고까지 포함한 정밀 수급 관리 체계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명절 앞두고 물가대책 발표…속은 구조적 불안
16일 농경연의 '설 명절 대비 농축산물 물가안정대책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농축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추석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쌀 가격은 수확기 이후 하락하며 안정세를 나타냈고, 소고기 가격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은 추석 이후 하락해 추석 대비 약 10%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배추와 무 역시 설을 앞두고 뚜렷한 가격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등 10대 성수품 공급을 평시 대비 1.7배로 확대하고, 대형마트·온라인몰·전통시장에서 최대 30~60% 할인과 환급 행사를 병행했다. 단기적으로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문제는 중장기 흐름이다. 지난 2020~2025년 농축산물 물가는 연평균 4.8% 상승했다. 곡물은 연평균 2.7%, 채소 3.9%, 기타농산물 4.0% 상승한 반면 축산물은 4.3%, 과실류는 8.3%로 상승 폭이 더 컸다.
특히 과실류 가격 상승은 냉해, 장마, 폭염 등 이상기상에 따른 생산 감소와 생산·유통 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격 흐름도 과거와 달라졌다. 2016~2023년까지는 설 직후 수요 감소에 따라 주요 성수품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24~2025년에는 사과와 배 가격이 설 이후에도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대과 생산이 줄면서 상품과 중품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됐고, 단경기로 갈수록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 10대 성수품 관리…'일률 대응'에서 '품목별 전략'으로
보고서는 기존 10대 성수품 중심 관리 방식이 행정 효율성은 높지만, 품목별 물가 상승률 격차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정책 대응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실류처럼 수급 탄력성이 낮은 품목은 계약재배 비중을 확대하고, 명절 직전 단기 방출에 의존하기보다 연중 수급 상황을 반영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등급별 생산·유통 정보를 세분화해 대과 중심 수요 구조에 맞춘 생산 전략을 병행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쌀의 경우 수확기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12월 이후 산지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됐다. 정부가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 수준과 원료곡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만큼, 품목 특성에 맞춘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품목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은 예산 부담만 키우는 반복 대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 보편 할인 한계…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 재편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은 2020년 추경을 통해 소비 촉진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최근에는 물가 안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단기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분명하지만, 재정 투입을 통한 일시적 가격 보전 방식에 머문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과실류처럼 기초 가격이 높은 품목은 지원 종료 이후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와 노인 가구는 전체 농식품 소비지출에서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 가구나 비노인 가구보다 높다. 이는 과실류 가격 상승이 취약계층의 실질 소비 여력을 더 크게 제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농경연은 전 국민 대상 보편 할인에서 벗어나 가구 특성과 연계한 선별 지원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물가 급등기에도 필수 영양 섭취가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농식품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온라인 유통 접근성이 낮은 노인 가구의 특성을 고려해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채널 지원은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민간 재고까지 포함한 '정밀 수급 관리' 필요
수급 관리 체계의 고도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는 공공 비축 물량 중심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민간 유통 주체가 보유한 재고 현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생산–비축–유통 전 단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민간 비축 물량까지 포함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정책 대응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1인 가구 증가, 소량·프리미엄 소비 확대, 새벽 배송 확산 등 소비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도 요구된다. 기존의 대량 공급·대형 유통 중심 정책만으로는 변화한 소비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축산물 품목에서 나타나는 수직계열화 구조 역시 점검 대상이다. 생산–도축–가공–유통이 특정 기업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시장 집중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농협과 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설 물가 대책은 단기 할인 규모 확대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품목별 수급 구조를 정밀하게 관리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며, 민간 재고까지 포괄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출 때 명절 물가 안정 정책은 일시 처방을 넘어 상시 대응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한 줄 요약
물가 대책의 성패는 할인 규모가 아니라 품목별 수급 전략과 취약계층 보호, 통합 재고 관리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