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양보·안보보장 '평행선'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5년째 이어지는 전쟁 속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재로 열린 이번 이틀 일정의 3자 회담은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된 두 차례 회담이 포로 교환 성과에 그쳤던 만큼, 핵심 쟁점인 영토 분할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기대치는 낮다는 평가다.
러시아 대표단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 보좌관이 다시 수석대표를 맡았다. 그는 과거 협상에서 '역사 강의식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며 러시아가 장기전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과시해 온 인물로, 우크라이나 측의 경계심이 높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기릴로 부다노프 정보총국장이 참석해 협상을 주도한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배석했다. 두 사람은 중동 외교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회담에 합류해, 트럼프 행정부가 초여름 전 종전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네츠크 동부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자에게 선물을 줄 수는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이 지역에 '비무장지대' 설치를 제안하는 등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 여론조사에서도 전쟁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 사이에서 일부 영토 양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벌어지는 유럽 대륙의 당사자인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국 관리들도 이번 회담에 참석했으나, 사실상 조연에 그쳤다. 이들은 러시아 대표단과 직접 소통조차 하지 못한 채, 미국의 중재 과정을 지켜보는 '병풍'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회담이 열리던 날에도 러시아군은 수백 대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 타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이 낮은 상태라며,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과거 협상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합의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