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집값 담합과 부동산 시장의 왜곡 구조를 정면으로 정조준하고 나섰다. 단순한 수사 지시로 보이지 않는다. 집값 문제를 수요·공급의 산술적 불균형이 아니라, 뿌리부터 무너진 시장 질서의 결과로 진단한 엄중한 경고에 가깝다.
그동안 우리는 집값 급등의 원인을 금리, 유동성, 공급 부족 같은 거시 변수에서 찾는 데 익숙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거시적 숫자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그림자 영역'이 분명히 있다. 특정 지역에서 반복되는 조직적 가격 방어, 중개업소 간의 암묵적 호가 담합,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집단적 매물 회수 움직임이 그것이다. 겉으로는 자유 경쟁의 탈을 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들이 촘촘하고도 집요하게 작동해 왔다.

가격 담합은 단순한 불공정 행위를 넘어 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뿌리째 허문다. 담합이 횡행하는 시장에서 실수요자는 가격 신호를 불신하고, 매도자는 눈치 게임에 기대어 호가를 밀어 올린다. 거래는 얼어붙는데 가격 기대치만 기형적으로 비대해지는 배경이다. 거래 절벽 속에서도 호가가 좀체 내려가지 않는 기형적 경직성, 그리고 한순간의 급등락이 반복되는 시장의 발작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기대 심리의 함수다. 그리고 그 기대는 시장이 보내는 '신호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어차피 가격은 누군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시장에 고착되는 순간, 거품은 스스로를 복제하며 재생산된다. 반대로 "담합은 반드시 적발되며, 그 대가는 치명적"이라는 확신이 현장에 박힐 때 비로소 과도한 기대는 머리를 숙인다.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은 당장의 공급 물량 이전에, 신호가 가진 정직함이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 왜곡을 구조적으로 혁파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단속은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고, 처벌의 무게가 시장의 탐욕을 누를 만큼 묵직하지도 않았다. 왜곡으로 얻는 기대 이익이 적발로 인한 위험보다 압도적으로 큰 구조라면, 시장은 결코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정 능력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사치일 뿐이다.
집값 안정은 아파트 몇만 가구를 찍어내는 공급 확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금과 대출 규제라는 불편함만으로도 부족하다. 무너진 시장 질서를 복원하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한 정책들은 늘 탐욕스러운 기대 심리에 잠식당하기 마련이다. 담합을 상시 감시하고 적발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며, 위반 시 감당하기 힘든 손실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상수'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가격이라는 지표가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부동산은 결국 심리의 시장이다. 그 비뚤어진 심리를 바로 세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칙을 단 예외도 없이 적용하는 것이다. 담합을 방치한 시장에 '안정'이란 존재할 수 없다. 불편하더라도 왜곡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향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책임 있는 출발점이다.
leed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