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흔들리는 대구 민심 공략...선거 해볼만?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최근 여야의 현실을 반영하는 두 장면에 눈길이 간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구 방문과 국민의힘 신동욱·김재원 최고위원의 당 노선에 대한 입장 변화다. 지지율에서 크게 앞선 민주당이 보수 텃밭 대구까지 공략에 나선 반면, 국민의힘의 심각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와 김 총리는 지난달 27일, 28일 연이어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와 김 총리는 대구의 자존심과 재도약을 화두로 민심을 파고들었다.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TK) 통합과 관련해 정 대표는 국회 처리 무산에 대한 국민의힘 책임론을 제기했고, 김 총리는 공감과 상생을 토대로 한 통합 추진을 강조했다. 통합에 대한 국민의힘의 분열 양상을 부각하는 동시에 흔들리는 보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김 최고위원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에 대한 지지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신 최고위원도 '윤어게인당'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장 대표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윤어게인 편에 선 장 대표를 옹호해 왔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윤어게인 이미지로는 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 與, 대구도 해볼 만하다 판단? = 지난 27일 대구를 찾은 정 대표는 중구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에서 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대구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며 "대구의 자존심을 되찾고 재도약을 위한 확실한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 대표는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처리가 불발된 것에 대한 국민의힘 책임론을 부각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을 놓고 내부 갈등 양상을 보이다가 뒤늦게 통합에 의견을 모은 국민의힘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려는 행정통합에 딴지를 걸고, 발목 잡고, 반대하고,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에 대해서 먼저 사과부터 하라"며 "(그런 뒤) 민주당에 (법안 처리를) 제안하기 바란다"고 했다. 내홍 끝에 뒤늦게 민주당에 법안 처리를 요구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사과도 못하는 갈팡질팡한 당내 사정, 당 지지율 10%대 진입으로 멘붕이 온 것은 알겠는데 양심은 갖고 살자"며 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뽑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대구·경북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여러분께서 이들에게 정문일침(頂門一鍼·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이르는 말)을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을 일방적으로 보류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당론으로 의견을 모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어디다 대고 민주당이 패싱했다는 가짜뉴스로 선동하느냐"고 비판했다.
김 총리는 하루 뒤인 지난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제6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구와 대구의 뜨거운 청춘이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60여년 후 내란을 막은 자랑스러운 빛들의 뿌리였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대항한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 민주화운동이다.
김 총리는 "발췌 개헌, 사사오입 개헌을 감행하며 장기 집권을 이어온 이승만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의 유세장에 가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통제하는 등 온갖 불법을 저질렀지만, 대구의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멈춰 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용기와 신념이 민주주의의 불꽃으로 타올라 대전 3·8 의거, 마산 3·15 의거로 확산됐고, 마침내 4·19 혁명을 이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많은 독립 유공자를 배출한 곳도 대구·경북 지역이며,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며 산업화에 앞장선 곳도 이곳"이라며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이 대한민국 선도지역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공감과 상생의 토대 위에 행정통합도 차질 없이 추진해 대구·경북 재도약의 전환점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감과 상생이 통합의 전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대표와 김 총리의 대구 방문은 최근 흔들리는 민심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3~25일 성인 1002명을 전화 면접조사를 해 지난 26일 발표한 전국 지표조사(NBS)에 따르면 TK에서 국힘 지지율은 3주 전 조사(37%)보다 9%포인트(p) 하락한 28%로, 민주당과 같았다.
국민의힘의 전국 지지율은 17%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14.9%,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갤럽이 24일~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해 지난 27일 발표한 2월 넷째 주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1.8%)에 따르면 TK에서 36%로 민주당(25%)에 11%p 앞섰지만 지지율과 격차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민심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분열상을 부각하는 동시에 대구 발전론을 앞세워 흔들리는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대구시장 선거나 예상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한 전 대표나 제3의 야권 후보가 출마해 3파전 양상이 전개되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신동욱 김재원 최고위원 태세 전환? =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 최고위원은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윤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가 우리를 믿어달라고 이해를 구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절윤으로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게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였다"며 "다만 장동혁 대표도 그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강한 의사 표시를 못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절윤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조심스럽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분이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 우리가 선거에 임하는 현실적인 방향"이라며 "우리 지지자들에게는 필요한 방향이라고 이해를 구하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에서조차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현장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다른 건 사실"이라며 "경북보다 대구가 조금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신 최고위원도 1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윤어게인당이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장 대표가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최고위원은 장 대표를 향해 "장 대표의 고뇌를 너무 잘 알지만 그게 왜 국민에게 잘 와닿지 않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징계 등을 가지고 내부 소모전을 하지 말자. 또 당원이 아닌 분의 행사에 우리 의원들이 쫓아다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는 비판을 자제하되, 왜 그런 비판이 나오는지 장 대표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두 최고위원의 발언은 '윤어게인' 등 강경 보수층을 의식한 장 대표를 옹호해온 이제까지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권파 내부에서도 절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크게 밀리면서 지방선거 참패 우려가 커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경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 최고위원은 예비 경선 통과를 위해 지역을 돌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현장 분위기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한 것은 지역 민심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최고위원이 사실상 절윤을 언급한 것은 윤어게인 이미지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본인의 출마를 염두에 둔 언급인지, 아니면 불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인지는 불분명하다.
절윤 대신 윤어게인과 함께하는 당의 노선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절윤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장 대표의 입장 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