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판매 둔화까지…현대차 전략 수정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자동차의 유럽 시장 공략에 복합적인 변수들이 겹치며 전략 수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물류 리스크, 유럽연합(EU)의 산업 정책 변화, 최근 유럽 판매 성장세 둔화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발발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지역을 지나는 해상 물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해상 운송 경로가 중동 인근 해역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만큼,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수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질 경우 선박 운항 경로 변경이나 보험료 상승, 운임 인상 등 물류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과거 중동 지역 분쟁 당시 일부 선사들이 홍해 항로를 우회하면서 운송 기간이 늘어나고 해상 운임이 급등한 사례도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완성차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해상 물류 상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경우 유럽 판매 차량 상당수를 한국에서 생산해 선박을 통해 수출하는 구조다.
전기차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EV6 등 주요 차종 역시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선적 지연이나 운송 일정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시장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판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유럽 판매량은 104만2509대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이 2.4%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이다.
브랜드별로 보면 현대차는 53만5205대로 사실상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아는 50만7304대로 4.1%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7.9%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연말에는 일부 회복 조짐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는 8만3253대로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시장이 7.6%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회복 속도는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EU의 새로운 산업 정책도 변수로 떠올랐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가속화법(IAA)'을 발표하고 친환경 산업 보조금 지급 시 역내 제조 요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사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 부품의 최소 70%를 EU에서 생산해야 한다. 또 대규모 외국 투자에는 EU 근로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를 '메이드 인 유럽' 범주에 일부 포함하기로 했지만, 실제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사실상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체코 노쇼비체 공장(HMMC)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KMS) 등 유럽 내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두 공장은 EU 단일시장 내에 위치해 역내 생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다만 주요 전기차 모델의 생산 거점이 아직 한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EU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확대 여부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3년이 현대차 유럽 전략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AA 법안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그 사이 현지 생산 확대나 공급망 재편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경쟁까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유럽 시장 대응을 위해 생산 전략과 공급망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