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사드 넘어서…한반도 상시 전력이 '중동 차출' 첫 사례
주한미군 "전력 차출 언급 못하지만, 한반도 방어 공약은 확고"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주한미군이 패트리어트(PAC-3)와 사드(THAAD)에 이어, 한반도 방어의 핵심인 주한 미7공군 F-16 전투기까지 중동 이란 전선에 차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반도에 상시 주둔하는 전투기가 다른 전장(戰場)으로 실제 이동·투입된 첫 사례가 포착되면서, 미군이 주한미군 공군력을 '대북 전용 전력'이 아닌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글로벌 기동 전력'으로 본격 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오산 미 7공군 예하 51전투비행단 36전투비행대 소속 F-16CM 블록50 전투기 7대가 연속으로 이륙해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로 향했다. 당시 콜사인 'Spain11, Spain12'를 사용한 F-16 편대는 AIM-120C 암람(AMRAAM)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IM-9X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AAQ-28 라이트닝 표적지시포드를 장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Spain12' 편대 소속 1대는 이륙 후 기체 이상으로 가데나 기지로 회항해, 실제 디에고 가르시아까지 전개한 기체는 6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일 매체에 따르면, 이들 F-16 전력은 지난 2월 28일 개전한 미·이스라엘 대이란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에 투입될 전력이다. 가데나 기지를 이륙한 주한미공군 F-16은 디에고 가르시아를 거쳐 사우디 내 미 공군기지에 집결한 뒤 이란 공격 작전에 참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영국령 차고스 제도 소속 인도양 상의 환초 섬으로, 길이 3.7~4km급 활주로를 갖춘 미·영 공동 전략기지다. 미 공군은 이곳에 B-52·B-1B·B-2 전략폭격기와 KC-135·KC-10 공중급유기, C-17·C-5 수송기 등을 순환 배치해 왔고, 미 해군도 항모·강습상륙함 전단의 보급·정비 및 지휘 거점으로 활용해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이번 이란전에서도 디에고 가르시아가 중동 전구로 향하는 폭격기·전투기·지원기들의 전진기지로 다시 가동되면서, 오산발(發) F-16의 이동 경로에도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공군 F-16의 해외 차출 정황은 최근 주한미군 방공자산 이동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3월 초 이후 오산기지를 중심으로 미군 C-5·C-17 전략수송기가 잇따라 포착됐고, 국내외 보도를 통해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포대와 성주 사드 체계 일부가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동안 패트리어트·사드의 '순환 배치'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반도 상시 배치 '전투기 전력'이 실전 전장에 투입될 목적으로 대거 빠져나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현재 동북아 공군 전력을 한·미·일을 아우르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에 맞춰 손질하고 있다. 주한미공군은 오산에 F-16 62대를 집중해 2개 '슈퍼 비행대대'를 만드는 대신, 군산기지는 유사시 미 증원전력과 주일미군·해병대 항공전력이 전개·훈련하는 후방기지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미사와 기지의 F-16 36대를 F-35A 스텔스기 48대로 교체하는 작업이 시작됐고, 이와쿠니 기지는 F-35B 2개 대대가 상시 주둔하는 서태평양 F-35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미국이 주일미군 항공전력은 스텔스기 중심으로 '질적 상향'을 추진하는 반면, 주한미공군은 '축소·경량화'하면서 필요 시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타 전장으로 차출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이번 이란전은 주한 미공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추상적인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한반도 전투기가 중동 이란 전선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3월 내내 사드·패트리어트 차출만 논쟁하는 사이, 정작 주한 미7공군의 F-16이 이란 전선에 투입됐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의 해외 주둔 전력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전쟁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자산"이라며 "한국이 주한미군을 자동·상시 억제력으로만 가정하기보다, 유사시 어느 전구에 우선 투입될지를 냉정하게 계산하는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한미군 측은 F-16 중동 차출 가능성에 대해 "작전 보안상의 이유로 특정 군사 능력이나 자산의 이동, 재배치 또는 잠재적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해당 F-16 전력의 중동 차출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강력하고 준비된 전투 수행 능력을 갖춘 전력 태세를 유지하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