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유통업계는 8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가
- 홈플러스의 빚 의존·점포 매각과 투자 지연이
- 온라인 전환·규제 속 대형마트 구조위기를 드러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MBK 인수 뒤 차입·점포 매각 부담 누적…투자 여력 줄며 악순환
이마트·롯데마트도 같은 산업 변화 직면…홈플러스 퇴장만으로 수혜 장담 못해
한때 국내 유통시장의 중심이었던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로 파산 갈림길에 섰다. 온라인 장보기 확산과 1~2인 가구 증가, 근거리 소비의 부상으로 대형마트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차입금과 임차료 부담, 점포 매각과 투자 지연이 겹친 홈플러스에서 위기가 먼저 터졌다. 홈플러스의 몰락 원인과 경쟁사 반사이익의 한계, 남은 대형마트가 다시 짜야 할 생존 전략과 제도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실패로만 보기 어렵다. 온라인 장보기 확산과 소비 방식 변화, 높은 점포 유지비와 오프라인 중심 규제 등 대형마트 산업에 누적된 구조적 위기가 재무 체력이 가장 약해진 홈플러스에서 먼저 표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한때 전국에 140여개 점포를 두고 대형마트 업계 2위에 올랐던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갈림길에 서면서 국내 대형마트 산업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온라인에 고객 내주고 규제에 발 묶인 대형마트
대형마트는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상품을 한곳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뿐 아니라 까르푸와 월마트 등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며 점포 확대 경쟁을 벌였다. 넓은 주차장과 대규모 매장, 대량 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이 대형마트의 핵심 무기였다.
그러나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시장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았다. 쿠팡과 컬리 등 온라인 업체가 생필품에 이어 신선식품까지 판매하고 새벽·당일배송을 보편화하면서 소비자가 직접 시간을 들여 대형마트를 찾아야 할 이유가 줄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6년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한 비중은 58.6%로 대형마트의 8.1%보다 7배 이상 높았다. 같은 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8% 늘어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5.1% 감소했다.
인구와 가구 구조의 변화도 대형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대용량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자주 사는 소량·근거리 소비가 확산됐다. 생필품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간단한 먹거리와 생활용품은 편의점이나 다이소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 채널도 세분화됐다. 넓은 매장에 상품을 대량으로 진열하는 기존 대형마트 모델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매출은 줄었지만 비용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넓은 영업면적을 유지하려면 인건비와 전기료, 관리비가 계속 발생하고 임차 점포는 매출이 감소해도 정해진 임차료를 부담해야 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규제도 변화한 유통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 영업을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할 수 있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사이 소비가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형마트는 심야와 의무휴업일에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배송에 제약을 받지만 온라인 플랫폼은 시간과 요일에 관계없이 영업할 수 있어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회에는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다만 소상공인 단체는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빚으로 산 홈플러스, 알짜 점포 팔며 체력 소진
대형마트의 위기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모두에 닥쳤지만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의 인수 구조와 자산 매각 전략이 맞물리면서 충격이 더 빠르게 나타났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했고, 이후 홈플러스의 자산과 현금흐름을 활용해 빚을 갚는 구조를 택했다.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알짜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영업하는 세일앤리스백도 반복됐다. 이를 통해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자가 점포는 줄고 임차료 부담은 커졌다. 여기에 금융비용과 우선주 투자자에 대한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점포 개선과 온라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도 점차 줄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대형마트 산업의 경쟁 구도가 급변하던 시점과 겹쳤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이 온라인 배송망과 창고형 매장, 식품 특화 점포, 체류형 공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홈플러스는 노후 점포 개선과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온라인 쇼핑과 근거리 소비 확산으로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재무 부담과 투자 지연까지 겹치며 홈플러스가 가장 먼저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전문가들도 홈플러스의 위기에는 MBK의 경영 방식과 대형마트 업태의 구조적 쇠퇴가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원인은 MBK의 부채 경영 잘못"이라면서도 "대형마트에 대한 업체 매력도가 소비자들에게 상실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4인 가구가 이렇게 빨리 붕괴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돈을 내고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쇼핑한 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오는 문화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MBK가 장기 투자보다는 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추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본다"면서도 "유통산업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홈플러스의 몰락을 한 기업의 경영 실패로만 보기는 어렵다. 홈플러스에서 위기가 먼저 표면화됐을 뿐, 기존 대형마트 사업 모델이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은 이마트와 롯데마트에도 공통된 과제다. 남은 업체들이 같은 길을 피하려면 점포와 상품, 배송 전략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유통에만 적용되는 규제 체계도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