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뉴스를 보니 한 젊은이가 대법원 법정에 앉아 대법원 판사님들의 판결선고문을 귀담아 듣고 있더군요. 아는 사람은 알만한 그 젊은이의 이름은 바로 강의석입니다. 강의석 군의 소송 의도나 그동안 행적에 대해 의문점을 품는 사람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결론적으로는 대법원 판사님들을 전부 불러모아 종교와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고, 그 결과로 종교의 자유에 관한 사법부의 의견(전원합의체)을 도출해 냈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소위 미션스쿨인 대광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이었던 강의석 군은 지난 2004년 6월 16일 교내방송실에 들어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그리고는 방송을 통하여 매주 수요일에 한 시간씩 진행되는 기독교식 예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신은 수요예배를 거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 후 강군은 교육청 앞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예외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자 학교는 ‘학교의 공공기물인 방송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하였고, 학생회장신분으로서 학생을 선동하였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강군에게 우선적으로 전학을 권유하였고, 강군이 이에 불응하자 퇴학처분이란 강수를 두었던 것입니다. 이에 강군은 퇴학무효소송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는가 하면 장기간에 걸쳐 단식투쟁을 했습니다. 이러한 강군의 행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기 때문인지, 이듬해 강군은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수시입학하였고, 서울대 재학 중이던 2005년 10월 학교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학교의 종교행사강요로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양심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고, 퇴학처분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1심법원은 2007년 10월에 강군의 대광고등학교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여 1500만원[종교의 자유침해 500만원, 퇴학처분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서울중앙법원 2005가단305176). 하지만, 2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강군의 행적을 수상하게 보았기 때문인지 2008년 5월 8일 "학교가 종교행사를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고, 종교교육이 사회적인 허용한도를 넘어서 학생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강군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7나102467). 그리고 2년 후 문제된 본건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것입니다(대법원 2008다38288).
사건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5년 동안 강군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군대폐지 등을 주장하면서 알몸시위를 하는가 하면, 학교를 휴학하고 복싱챔피언을 꿈꾸기도 하고, 최근에는 음반을 내고 다큐를 찍는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강군에 대해 언론을 이용하는 영악한 권력자라고 비평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슈의 한 가운데에서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 낸 기여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고등학교 평준화정책과 그에 따른 학교 강제배정제도(소위 ‘뺑뺑이’)의 시행으로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학교의 학생 선발권이 제한되고 있으나, 이는 사립학교가 공교육체계에 편입되어 있고 그 비중 또한 상당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학교 강제배정제도 자체가 위헌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에서 시행하는 종교교육은 그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일시적인 것인지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에 관하여 사전에 동의를 구하였는지 여부, 학생들이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날 때는 위법한 것이다. 그런데, 대광고등학교는 종교행사에 불참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가 하면,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은 위법이 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률이나 판례는 결국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저울질한 산물이라 할 것인데, 아무튼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양자간의 조화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종교간 갈등이 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교리 자체에 배타성이 있는 종교가 있어 그렇지 종교간의 대립자체는 그리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신교나 구교냐에 따라 목숨을 담보로 한 전쟁이 아직까지도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종교간의 갈등이 심하지 않다고 해서 상대방의 종교적 가치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평화는 누구나가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누군가는 그러한 가치를 이용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가치 자체가 사람을 속이는 일은 없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례를 접하니 종교와 인간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봄비에 벚꽃 날리듯 합니다./ 변호사 임상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