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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KB운용의 가장 큰 버팀목을 '실천 능력'에서 찾았다. 모든 회사가 투자자의 눈과 귀를 잡아채는 투자철학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것을 실제 운용에서 구현하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단기 시황에 좇아가지 않고 좀더 긴 관점에서 주식을 보고 관리를 한 게 주효했다. 만약 시장에 단기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엇박자도 나면서 굉장히 안 좋았을 것이다. 한분기 정도 상당히 성과가 나쁘더라도 원칙을 계속 지켰던 게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는 실제 KB자산운용의 성과로 이어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KB자산운용 액티브펀드의 1년, 3년, 5년 수익률은 각각 -0.01%, 98.19%, 73.90%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4.35%, 72.11%, 37.97%)보다 4~36% 가량,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 평균 수익률보다는 6~25% 가량 웃도는 성과다. 지난 2006년 12월에 KB운용에 그가 둥지를 튼 이후 성장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가치투자 철학을 안착시킨 결과다.
◆ 2011 시장 돌아보기: 변동성 확대...펀드 리스크 관리 능력 입증+ 적립식 효과
물론 송 본부장에게도 올해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운용사처럼 KB운용도 8월 급락장의 폭풍을 빗겨가지 못했다. 연초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도 만만치는 않다는 평가다. 시장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KB운용 입장에선 주가의 급작스러운 변동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시장을 강타한 이런 변동성에 대해 그는 미국, 유럽 등 대외적 요인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국내 자문형 랩 시장에서도 원인을 찾았다. '쏠림투자'와 '몰빵투자'로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자문형 랩에 대한 과도한 열풍이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올해가 작년보다 변동성이 적을 수도 있다. (실은) 자문형 랩이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강화시켰던 것이다. 현재 주식의 포트폴리오만 갖고 있는 랩 어카운드 형식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그렇게 사이즈가 커서는 안 된다. 판매사, 운용사, 고객의 욕심이 어우러져 빚어진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올해 전체 펀드 시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연초 수익률로 올해 시장 성과를 상회한 운용사는 많지 않다. 8월 급락장에서 상반기에 주도했던 경기 순환주를 충분히 줄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자문사와의 대결 구도와 펀드 투자자 대응 능력에서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이다.
"수익률이 나빠 전체적으로 운용사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하지만 상반기 초까지만 해도 펀드가 랩으로 고객을 많이 빼앗겼지만 하반기 주도권 싸움에서는 펀드가 랩을 이긴 것 같다. 리스크 관리에선 (랩 보다는) 펀드가 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울러 펀드 투자자들도 지수 1900이상에서는 환매를 했지만, 1900이하에서는 돈을 유입해 굉장히 현명하게 시장에 대응했다는 평가다. 거치식 투자를 넘어 적립식 투자로 어려운 펀드 시장 속에서도 연초 대비 연말 기준으로는 돈이 유입되는 효과도 있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2012 시장 내다보기: 상저하고...삼성전자 중심의 IT, 중국 소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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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송 본부장은 내년 시장 상황을 상고하저로 내다봤다. 연초부터 3~4월까지는 시장이 조금 조정을 받을 것 같다는 전망이다. 밴드 하단은 1700대, 상단은 올해 고점(2228P, 종가기준) 정도로 잡았다. 가장 주목할 변수로는 '중국'을 꼽았다.
"유럽과 미국은 봉합하면서 지나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기 때문에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변수는 중국의 긴축완화 여부다. 언제 긴축완화를 시작할 것인지, 인프라 투자쪽인지 소비 진작책쪽인지 등 어떻게 무엇에 초점을 둘 지도 중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가능성은 적긴 하지만 만약 인프라 투자 확대쪽이라면 기계나 소재업종이 세질 수 있다"
중국 긴축 완화 시기와 관련해서, 시장의 기대보다는 더디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판단했다. 한두달 정도 중국의 물가가 잡혔다고 해서 긴축완화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IT와 중국 소비재들을 가장 좋게 봤다. 반면 자동차는 올해 워낙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년에는 올해 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주축이 되는 IT를 주목한다. 애플이 주도하던 패러다임을 삼성전자가 주도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많이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할 것이다. 구조정이 제일 오랫동안 진행됐던 부분도 IT다. 중국 소비재는 매번 얘기를 해왔지만, 실제 꾸준히 보면 중국 소비재 종목(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웅진코웨이, CJ오쇼핑)이 아웃퍼폼했다"
펀드 시장 전체적으로는 시장이 빠지면 펀드를 사고 올라가면 환매하는 식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헤지펀드 시장의 등장으로 인한 일반 공모펀드 시장의 영향은 전혀 없다는 판단이다. 헤지펀드 가입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데다 트랙레코드가 없는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를 내고 돈을 맡길 고객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헤지펀드 산업이 스스로 돈을 벌면서 굴러가기에는 3년 이상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 송성엽 CI0와 KB자산운용의 목표...고객과의 믿음 형성
내년도 목표에 대해 송본부장은 우선 수익률 얘기를 먼저 꺼냈다. "올해보다 수익률을 향상시키고 싶고 회사 내에서도 스타일별로 수익률 차이가 좀 많이 놨는데 내년에는 골고루 잘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뜸을 들이던 그는 좀더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고객과 우리와의 믿음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굉장히 오래된 펀드의 경우, 워린버핏이나 미국에서처럼 역사가 긴 펀드는 좀 흔들려도 회사의 철학을 믿고 가는데 그런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내엔 아직 없는 것 같다. 국내에서 (그런 회사의)첫 번째였으면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그가 내세운 것은 주식에 대한 공부다. 다만 실적 체크하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한 차원 높은 단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해당 산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IR담당자 외에 좀더 높은 사람이나 그 회사와 연관된 다른 사람의 얘기도 많이 듣는 게 중요하다. 진짜 제대로 공부하려면 미래학같은 책도 많이 봐야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더욱더 훗날의 수익률을 위해선 지금 당장의 독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펀드 투자자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장기 수익률을 보고 운용사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구간이 생길 수 있지만, 1~3년 기간을 놓고 보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급락장에서 돈을 유입한 것처럼 똑같은 스탠스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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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