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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기사입력 : 2011년12월30일 15:00

최종수정 : 2011년12월30일 14:39

임진년 2012년의 업무를 시작하는 새해의 첫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함께 다짐하기 위해, 우리 모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작년 오늘, 저는 지난 60년을 이어 온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초석으로 딛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은행의 비전으로 “Global BOK”의 기치를 내걸었으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로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 G20 및 Basel회의 등 국제공조에 적극적 참여, 그리고 국가경제의 안정적 발전전략의 모색을 여러분에게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한 “다양성, 유연성, 개방성”을 향후 조직운영의 세 가지 원칙으로 주창하였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지난 일 년, 우리에게는 과거 그 어느 해에 못지않은 크고 작은 많은 변화가 불어 닥쳤습니다. 격변의 환경 속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온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우선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제경제 환경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로지역의 국가채무문제로 전이되면서 전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안정의 걸림돌로 대두되었으며, 이러한 글로벌 여건은 대외의존도가 더욱 심화되어 온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동하여 왔습니다. 국내경제를 보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보다 조금 낮은 3%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반면 물가는 물가안정목표치가 허용하는 상단 수치인 4%에 달해, 물가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이와 동시에 최근에는 북한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등 우리 경제에 새로운 지정학적 잠재 불안요인이 추가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한은 내부적으로는, 주지하다시피, 한은법 개정이라는 역사적인 변화를 경험하였습니다. 중앙은행 조직에 근무하는 우리들의 감회가 관건이 아니라 향후 우리 경제의 운영에 있어서 중앙은행의 기여도가 과거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감히 역사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데에 있어서 중앙은행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의 요구가 그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민의 높은 뜻을 받들어, 더 큰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각오를 가슴에 다지면서, 여러분들과 지난 한 해를 회고하고, 우리가 당면한 대내외적 경제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떠한 중앙은행 위상을 만들어 나아가야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울 본부 뿐 아니라 지역본부와 국외사무소를 포함한 우리의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태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분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새해의 포부를 함께 열어 나아가고자 합니다.


<지난 일 년의 회고: 업무의 외연 확대와 능동적이며 진취적 기상 제고>

우선, 저는 지난 한 해 여러분들에게 우리의 업무를 다양화시키면서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힘을 모으자고 주창한 바 있습니다. 눈을 밖으로 돌려 넓은 세상을 보면서, 꿈을 높이 세워야 올바른 비전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나라로 기록되기 위해 “불 꺼지지 않는” 한국은행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보답하자고 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과거에 세워 놓은 특정한 이념에 매몰되어, 한국 특유의 특성을 도외시해서도 안 되며, 현재 변화하는 글로벌 추세를 이해하는 데에 뒤떨어져서는 더욱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앞서 제기한 지난 12월 17일 시행된 한은법의 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역할과 업무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이는 세계 각 중앙은행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조류 및 추세와 부응하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도 국제무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위기의 방지책 모색이나 금융규제 개혁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금융안정에 유의하면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여야 하며, 연차보고서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이외에 금융안정보고서를 추가로 법정보고서로 정례적으로 제출하게 되었고, 이러한 책무가 한국은행 업무수행에 있어서 획기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는 중앙은행이 혼자서 담당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므로 유관 정부기관 및 관계 금융당국과의 상호 협조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유지하면서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10여명의 직원들을 IMF/BIS 등과 같은 국제기구 및 당행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수의 중앙은행에 중장기 연수를 보내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로 키우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에서도, 이에 상응할 수 있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세계적 석학과 세계 여러중앙은행의 직원들을 초빙하여 ‘글로벌 연수 및 세미나(GIP: Global Initiative Program)’와 같은 2주 기간의 매우 강도 높은 글로벌 인재양성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운영하여 오고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우리 직원들의 경쟁력 향상과 전반적인 분석능력 함양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하이주재원을 개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경, 상하이, 홍콩의 세 곳에 거점을 두고 Greater China지역의 경제를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세계경제의 G2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경제의 동향을 넓고도 깊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도 결국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중앙은행으로서의 업무수행에 일조를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도되는 것입니다.

셋째로, 지역본부와 국외사무소의 위상과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전 조직원이 서로 연관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도록 하였고 이로써 조직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의 발전에 중앙은행이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지역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당행의 지역본부가 주축이 되어, 각 지역의 경제전문가, 지방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 그리고 당행 본부의 관련 정책부서가 공동 책임 아래 정책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몇 지방정부의 최고 정책책임자들이 한국은행의 제안을 정책으로 채택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국외사무소도 과거에 비해 시의성이 있는 과제를 선정하여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 이외에도 외환부문의 거시건전성 부담금제도 도입, 일본 및 중국과의 신속한 통화스왑 체결을 통한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 확충, 아시아•태평양 지역내 금융안정위원회(FSB) 회원국과 비회원국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지역그룹 통합회의(FSB Regional Consultative Group for Asia)에서 한국은행의 초대 회원국 의장국 수임 그리고 동아시아•대양주 중앙은행 임원회의(EMEAP), 동남아 중앙은행기구(SEACEN)와 같은 국제협의체의 의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들은 중앙은행 자체로서 뿐 아니라 국위를 선양하는 데에도 작지 않은 기여를 한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업적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운
용하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에워싸고 있는 부담감은 작년에 소비자물가가 허용 목표치의 상단에 이르렀다는 것에 연유합니다. 물가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각종 수단과 우리의 노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가 다시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하여, 또한 급변하는 국제금융 환경에서 통화신용정책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그 효과에 대해서 각 경제주체들에게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하는 소통의 노력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 심각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물가상승률을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 통화신용정책이 현실적으로 만병통치약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비록 우리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더라도,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에 대해서는 매우 겸허한 마음과 자세로 수용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수행해야 하며, 우리가 미진했던 부문이 있었는지, 실력을 더 쌓아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혼재로 불확실성의 극대화>

다음으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경제 동향 및 현실인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현금처럼 공존하고 있는 시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여 문제를 풀고자 하는 주장, 현재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 그리고 미래 비전의 설립과 각 계층의 이해상충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한 데 엉켜져서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국제금융•경제 환경과 비교할 때, 국내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경제현실을 인식하는 시각에 따라 문제해결책들이 상충하는 결과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10년 주기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과 3년 만에 유로지역의 국가채무란 형태로 다시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칠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가 다투면 미래가 실종된다.”는 경구를 남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어쩌면 쓸모없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미래지향적 해결책 모색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의 위기가 글로벌 추세의 급격한 진전에 따른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에 기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Basel III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이 시스템적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 및 해소를 목적으로 상호연관성(inter-connectedness) 및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향후 문제해결의 두 핵심개념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도 실은 글로벌 현상이 문제의 근본원인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는 이미 글로벌화 되었으나, 글로벌 경제 문제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는 ‘글로벌 지배관할조직’(global jurisdiction)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G20 등의 국제협의체를 통해 국제적 정책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글로벌 지배관할조직’의 결여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의 시사점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우리로서는 단 한 시도 국제금융과 경제동향을 이해하는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동시에 국제동향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한 정책은 그 효과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로, 글로벌 균형(global equilibrium)보다는 국지적 균형(local equilibrium)이 추구되는 경향이 강한 세계적 의사결정 환경의 제약조건을 감안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우리의 입장과 전략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적절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지적 균형은 ‘칼날 위의 균형’(knife-edge equilibrium)과 같은 성향을 지니게 되어 안정적이지 못하며, 약간의 충격이 외부로부터 주어질 경우, 당초의 균형으로 회복하려는 복원력이 약하게 되고, 따라서 균형의 지속성이 유지되지 못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나의 국지적 균형으로부터 다른 국지적 균형으로 쉽게 이동하는 예측불허의 상태를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여러 형태의 국지적 복수균형(multiple equilibria)이 공존하는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유로지역의 경제문제를 유로지역 국가들에 의해 국지적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전 세계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균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경제국가 위주의 지역적인 균형모색 노력이 국제협의의 주요 의제로 논의되는 경향이 아직도 우세한 것이 현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진경제들이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유발된 글로벌 유동성(global liquidity)과 자본 이동(capital flow)이 세계경제
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논의는 주로 선진국 경제로부터 파생되어 신흥경제권으로 이어지는 한 방향(uni-directional)의 영향분석에 치우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는 이와 같은 한 방향의 영향에 대한 분석보다는 신흥경제권에서 다시 선진경제로 파급되는 효과를 포함하는 양 방향(bi-directional)의 영향분석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경제 주도로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이슈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환경이지만 앞으로는 선진경제와 신흥경제를 망라한 글로벌 균형을 달성하는 방안모색에 논의의 초점이 집중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국제공조에 참여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하고, 또한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설득할 능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가를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근거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능력을 갖추어야만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위해 일할 사람은 바로 우리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금융안정책무가 우리에게 부여되었으므로 우리는 시스템적 리스크를 적기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위기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말할 나위 없이, 국제적 상황변화와 미래의 변화 예측을 모형분석에서 적절하게 감안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만드는 모형은 ‘과거의 위기’를 잘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 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언제나 ‘예견된 위기는 위기로 잘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었는데 이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거의 위기를 설명하는 모형은 미래의 위기를 예견하는 데에는 그 유용성이 높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미래의 위기를 예상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각이 과거나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의제를 이해하는 것은 필요조건에 불과하며, 우리의 특유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효과적인 모형을 개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압축 성장’으로 괄목할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제도와 정책은 선진경제국가들이나 신흥경제권이 채택하고 있는 보편화된 유형과는 사뭇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특징적인 경제적 유산 및 환경과 한국은행의 역할 간에 무슨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이러한 특수한 요인들을 간과한 채,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토대로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중앙은행의 위상: 국가경제의 특성을 대표하고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

지금까지 설명한 대내외적 경제 환경에 대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할 때, 우리는 어떠한 중앙은행을 만들어 가야 하나요? 보편타당한 가치를 기본원칙으로 삼으면서 활동하여야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러한 노력이 선진권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중앙은행은 우리 경제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큰 틀에서 우리 경제의 축소판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정도의 경제규모를 갖고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다는 것은 세계경제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고, EU 및 미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하는 아시아의 유일한 경제라는 것도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특수성입니다. 우리 경제가 세계와 교류하며 활동을 영위하면 우리 중앙은행도 이러한 여건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여야 우리나라의 실물과 금융경제의 조화로운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지적은 향후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발해야 할 중앙은행의 발전전략 수립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새로운 책무로서 우리에게 부여된 금융안정 정책의 내용과 범위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규정하는 것입니다. 우선 이러한 목적에 부응하도록 우리의 조직을 시급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개편해야 합니다. 시스템적 리스크, 거시건전성정책의 내용과 수단에 대해서는 현재 국제기구 및 국제포럼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대안들이 검토 단계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Basel II체제에서 Basel III 체제로 이행되는 향후 수년 동안 금융안정을 위한 제반 수단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의 맥을 짚으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입니다. 현재의 지식과 전망에 근거하여 경직된 조직을 만들기 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용하려는 전략이 더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리고 법정보고서로서의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는 금융안정보고서의 작성에 있어서는 보고서의 포괄 내용이 광범위함을 고려할 때, 하나의 특정 부서가 작성의 책무를 감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여러 부서들의 네트워킹을 조직화하는 위원회를 활용함으로써 여러 관련부서의 공동책임 아래 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올해에는 특히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각별하게 유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작년의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의 절반 이상이 공급측면의 요인에 의거하였고 올해에는 그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아직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한국은행법의 개정으로 가용할 수 있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단이 다양해졌습니다. 새로운 수단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다지고 실증적 효과분석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새로이 추가된 금융안정 책무 때문에 물가안정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금융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 서로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조합을 찾아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 바로 중앙은행이 거시건전성정책 수행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당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의 책무를 부분적이나마 담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신용정책의 수립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인 전제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계량화해서 제시할 수 있는 수치적 목표라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지켜 나아가야 할 정성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권위는 앞의 두 개념에 의해 세워지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것들의 필수조건이 바로 우리의 업무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와 국내 경제주체들의 인정과 존중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들의 실력을 연마하는 것이 이 모든 것을 이루는 첫걸음이며, 그 아무 것도 이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과제는 한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날로 높아가는 상황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체제의 개혁을 꾸준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연륜의 조직을 단기간에 변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조직체계는 비교적 쉽게 바꿀 수는 있겠지만 사람이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취임 첫 해인 작년에는 일차적으로 직군제를 폐지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고와 행동의 폭을 유연하게 만들고자 하였으며, 「인재개발원」과 「외자운용원」을 설립함으로써 각각 인적자원의 잠재능력개발과 인력운영의 효율화, 그리고 조직운영에 있어서 자율운영의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금융안정 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구축함과 동시에 한국은행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을 설립하거나 개편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하부구조가 탄탄해야 업무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입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자동차를 구입한다면, 누군가는 길을 닦아야 차의 구입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길이 없으면 자동차는 무용지물이 아니라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는 것입니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이러한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와 인식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한 부분에 매우 소홀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부구조는 외부효과(externality)를 창출하는 공공재와 같은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외부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는 조직운영 책임자들의 오랜 숙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자동차를 산 사람들이 조직의 상부에 있고, 길을 닦는 사람들이 조직의 하부에 있게 되는 조직이라면, 즉 외부효과를 창출하는 직원들을 적절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조직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 자명하다는 것에는 우리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상대적인 의미에서 볼 때, 개인보다 국가가 부유한 것이 선진국이고, 그 반대가 후진국이라고 합니다. 한은을 선진국처럼 만들어야 조직이 오래갈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각 구성원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교육과 훈련 등 인적능력 개발에 조직운영의 초점을 맞추는 것도 외부효과의 창출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교육과 훈련에 꾸준하게 투자하고 조직발전에 헌신하는 직원을 보상하는 것이 인사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직에 대한 기여보다 조직으로부터 받는 혜택이 더 큰 사람들이 많다면 이는 분명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activities)가 만연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외부효과를 적절하게 보상하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를 설립하고 은행 전반의 미래비전을 위한 전략수립의 기능을 도입하려는 노력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듯이 넘쳐나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아이디어
맨은 누구인가요?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thinker)은 어디에 있나요? 세상은 급변하는데 어제에 얽매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선배들의 뒤만 좇아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남의 아이디어를 빌려 살아서는 남에게 종속되는 삶을 사는 것이며, 결코 일류가 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수월성보다는 집단적 사고와 행동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만의 부가가치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어야 합니다. 남의 지시만을 받아서는 자신의 가치를 창출할 수가 없습니다. 끊임없는 지식습득 그리고 사색과 번민이 생활화되어야 남보다 우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노력의 수혜자는 본인 스스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회가 궁극적으로는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에서의 봉직의 가치를 사회가 인정하게 되고, 또한 여러분들의 서비스가 한은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요구하게 될 때까지 우리 모두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나아가는 그 원년이 2012년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조직의 경우에 혁신은 언제나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주도해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지역본부와 하부구조를 담당하는 각 부서에서 우리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배양되고 리더가 나타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신년사에서는 올해보다 더 희망찬 내용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 띠의 해인 2012년 한 해 동안, 용이 승천하는 웅대한 기상을 우리 모두 가슴에 품고, 한국은행이 다시 비상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아갑시다. 여러분 각자 큰 업적을 이루기 바라며,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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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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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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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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