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 삼성전자의 베트남 박닌공장 신입직원 임금은 180달러(약 21만원)다. 국내 구미 휴대폰공장 생산직 신입직원 평균 임금인 1990달러(약 229만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베트남은 4년간 법인세율을 면제해주고 이후 12년 간 5%를 적용한다. 반면 한국은 22%를 적용한다.
박호환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경제 엑소더스 가능성·대책' 심포지엄에서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제시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통해 노동 및 기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박 교수는 "인건비나 세제혜택 등 정부 지원, 고용유연성 등을 따져보면 격차가 너무 크다"며 "한국의 기업 규제, 고용·노동 여건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기업들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엑소더스 유혹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보다 자유롭고 여유있는 경영환경 찾아 헤메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기업을 주물러 투자규모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개인의 소득과 소비도 증가하고 자연히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규제가 갈수록늘어나면서 기업의 '탈(脫) 코리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인건비 및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에 생산기지 설립한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 환경과 사업여건 측면에서 매력적인 베트남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건수는 3112건으로, 단연 1위다.
자연히 해외투자 집행금액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해외투자 규모가 25조2000억 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29조2000억 원으로 9% 늘어난 것. 같은기간에 외국인 직접투자는 50억달러(약 5조 7245억 원)에 불과하다. 즉 국내로 들어온 돈보다 해외로 나간 돈이 5배 가량 많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의 한 해 투자규모 계획이 늘어난다고 해도 눈속임에 불과할 뿐, 국내 경제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는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국내 30대 기업의 올해 투자계획이 149조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비 7.7% 늘어난 수준이지만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 해외 투자규모인 28조3000억 원이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 통상 투자규모 계획보다 실제 투자실적이 10% 가량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 투자비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투자가 정체돼있는 상황에서 고용률 성장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고용률 70%는 5년간 23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매년 48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배순훈 S&T중공업 회장은 "사회요건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미국의 해외 진출 기업들의 자국유턴(리쇼어링·Reshoring) 촉진 사례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게 재계의 입장이다.
오바마 2기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과 세제혜택을 병행해 우호적인 기업 경영환경 조성에 노력했다. 특히 통상정책의 경우 설비투자 세제혜택 기간 연장, 이전 비용 지원에 나섰다.
그결과 제조업 일자리 수는 2009년 이후 3년간 48만개가 늘어났고 같은 기간 수출로 새로 생긴 일자리도 14.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1기 정부 출범 당시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최근 7%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애플은 유턴현상은 자국유턴 사례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애플은 2004년 이후 9년 만에 중국에서 이뤄지던 제품 조립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미국 생산라인에 1억달러(약 1144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GE도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결국 우리도 일자리를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활성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 및 일자리창출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rk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