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된 3자회담·공안 정국·채동욱 사퇴 등 추석 밥상 오를 듯
[뉴스핌=함지현 기자] 정치권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시작됐다. 약 3500만명의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이번 추석 밥상에는 다양한 정치 현안들이 화두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강 대 강'으로 맞붙은 여야 간 기 싸움이 얘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3자 회담'이 끝난 후인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다시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역시 "투쟁과 강요로 일방의 의사를 관철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대화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며 "정기국회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원들의 신성한 책무인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민주당은 즉시 반발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입장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계속 민주주의 회복을 거부한다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우리는 원내외 병행투쟁 중이고 한 번도 국회를 버린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김 대표는 "지금 민생이 힘겨운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민생에는 무능한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며 "박 대통령이 지금의 지지율에 도취해서 오만과 독선을 고집한다면 그 지지율은 순간적으로 물거품처럼 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3자회동이 끝난 직후 국회 사랑재를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은 추석맞이 홍보물을 통해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를 통해 19대 총선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 등을 국회에 입성시켰다고 겨냥했다.
이에 민주당은 제1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를 했다고 비판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검토 중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를 대하는 여야의 입장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채 총장의 문제는 고위공직자 개인의 윤리적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진실 규명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와 검찰·국정원 등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여야, 추석 이후 민심 변화에 '촉각'
여야는 이번 추석 이후의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여론을 등에 업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정기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국경색의 원인이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에 있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공안정국의 여세를 몰아 '종북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을 한데 묶어 이들의 관계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이 주효해 추석 직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증세와 경제 활성화,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통한 70% 고용률 달성 등의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에 대한 국회 복귀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이다.
사실 민심이 더욱 절실한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이후 다시 장외투쟁 모드에 들어갔는데, 장외투쟁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여론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와 박근혜정부의 실정 등을 내세우며 국민적 공감대를 키워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론을 모아낼 뚜렷한 방안은 아직 정하지 못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원내외 병행투쟁 기조지만, 국정감사를 포기한다는 각오의 전면투쟁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점이다.
추석 이후 민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길어진 귀성 차량 행렬보다도 더 길어질 여야 대치 정국이 국민적 짜증만 불러일으켜 오히려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될 것이란 비판적 분석도 제기된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