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이 한모금씩이면... 잠재력 성장성 세계1위 시장 경쟁 격화
[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이 바이주(白酒 백주 고량주)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바이주 이상으로 맥주를 즐겨 마신다. 일반인들이 간단한 점심이나 저녁식사 때 맥주를 곁들이는 것은 차나 물을 마시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도수가 낮은데다 대중 맥주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소득증가로 인해 꾸준히 맥주소비가 늘고 있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중국은 여전히 1인당 맥주 소비량이 낮은 편에 속한다. 조사기관 WIND에 따르면 중국 1인당 맥주소비량은 독일 호주 미국 러시아 등에 이어 8위다. 일본(7위)에 비해서도 뒤진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중국의 맥주 시장이 급성장세를 맞게 될 것이며, 잠재력이 그 만큼 큰 시장이라는 얘기다.
중국 맥주시장은 현재 로컬 맥주업체와 외자계 합작 기업들이 뒤섞여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상당수 맥주기업은 이미 로컬과 외자가 합작한 형태로 시장 구도가 굳어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형 맥주업체 중에서 진정한 '중국 혈통'은 옌징맥주(燕京啤酒)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외자계 주류업체들은 지분참여 등 방식으로 중국 맥주시장의 파이를 넓혀왔다. 고급 맥주시장에서는 외자가 무려 60%를 점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中 세계 맥주시장 블루오션그래픽: 송유미 기자.
작년 12월 30일 세계 4위 맥주업체 덴마크 칼스버그(Carlsberg)가 아시아 지역 사업 확장을 위해 15억6000만 위안(약 2740억원)을 투자, 충칭(重慶)맥주그룹 지분 100%를 인수해 주목을 끌었다.
칼스버그는 앞서 29억 위안을 들여 충칭맥주그룹 지분 30.3%를 인수해 놓은 상태여서, 그 동안 단계적으로 충칭맥주그룹을 완전히 손에 넣을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외자 맥주업체가 중국 시장 파이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세계 평균을 웃도는 중국 맥주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들었다.
장바오핑(張寶平) 방정증권(方正證券)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과 유럽 맥주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성장 여지가 크지 않은데 반해, 중국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맥주 업계에서 아시아가 성장성 높은 중요 시장으로 부각된 가운데, 특히 수요가 많은 중국 시장에 외자 업체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애널리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맥주 소비시장 규모가 타 지역보다 두 배 가량 많은 2580억 달러(약 275조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02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맥주 생산·판매 시장으로 떠올랐다. 2013년 1~11월 중국 맥주 생산량은 4759만kL(킬로리터, 1KL=1000L)로 전년 동기대비 4.2%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인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현재 32리터(L)에 불과하다.
이는 맥주 소비 대국인 체코와 독일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인 100리터(L)에 훨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평균 소비량인 80여리터(ℓ)와도 격차가 커, 향후 중국 맥주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광발증권은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라 1인당 맥주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맥주 시장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발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의 1인당 평균 소득이 10%씩 늘어날 때 마다, 1인당 맥주소비량도 1.5리터씩 증가한다는 연구 데이터를 제시하기도 했다.
◇中 맥주시장은 외자 천하
방대한 소비 시장을 갖추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중국 시장은 외자 업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중국 맥주시장은 그야말로 외자기업 천하다.
현재 중국 맥주시장은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 쉐화맥주(華潤雪花 설화맥주), 칭다오맥주(青島啤酒), 옌징맥주가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4개 업체는 옌징맥주를 제외하고 외자 업체이거나 외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세계 4대 맥주 업체 중 하나인 사브밀러(SABMiller)는 쉐화맥주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맥주회사 AB InBev는 하얼빈(哈爾濱), 쉐진(雪津), 웨이쉐(緯雪) 등 중국의 대표적인 로컬 맥주브랜드 25개를 인수해 중국에서 최대 맥주생산 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국민 맥주인 칭다오맥주도 외자 배경을 가지고 있다. 칭다오 맥주의 2대 주주가 일본 아사히 맥주이기 때문이다.
칭다오맥주의 대주주인 칭다오 국자위(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가장많은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아사히는 그 다음인 20% 지분을 갖고 있다.
심지어 중국무역보(中國貿易報)는 외자 맥주업체가 중국 고급맥주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으며, 중국 전체의 40%에 달하는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자업체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된 시기는 2001년 이후다. 당시 경제글로벌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라는 환경 속에서, 외자 맥주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국 맥주시장에 대대적인 업계 재편 바람이 불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01~2012년 중국 맥주시장에서 80여 차례의 인수합병(M&A)이 있었다. 이로써 기존 1000여개에 달했던 중소 맥주업체(연간생산량 20만KL 이상 업체)는 2012년 말 기준, 9개만 남았다.
최근 경제 잡지 중국경제주간(中國經濟週刊)이 인터넷 포털 소후망(搜狐網 sohu.com)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네티즌의 62.15%가 "외자 업체의 잇따른 중국 맥주기업 인수가 중국 본토 맥주산업 생존과 발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판도 쉐화·칭다오·옌징·AB InBev로 압축그래픽: 송유미 기자.
2001년 이후 외자 진입과 더불어 업계 재편이 이뤄지면서, 중국 맥주시장은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광발증권은 중국 맥주시장 상위 10개사의 시장점유율이 2002년 43%에서 2011년 65%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업계 판도 재편 이후 중국 맥주시장은 상위 4개사인 쉐화맥주와 칭다오 맥주, 옌징맥주,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가 주도하고 있다.
기존에 쉐화와 칭다오, 옌징맥주가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시장에, 2008년 벨기에 인베브(Inbev)와 미국의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가 합병한 'AB InBev'가 등장하면서 중국 시장 맥주 공룡간의 경쟁이 격화됐다.
인베브와 앤호이저부시 합병으로 'AB InBev'는 단숨에 중국 생산량 1위 맥주업체로 도약했다. 2007년 인베브의 중국 생산량은 334만KL, 앤호이저부시 산하의 칭다오와 하얼빈(哈爾濱) 맥주 생산량은 각각 505만KL, 149만KL에 달했다.
이는 경쟁업체인 옌징맥주(402만KL)와 쉐화맥주(690만KL)의 생산량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현재 쉐화맥주는 중국 31개성(省)과 시(市), 자치구 지역의 23곳에 공장을 설립, 랴오닝(遼寧)과 쓰촨(四川) 등지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칭다오맥주는 19개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산둥(山東)과 산시(陝西) 지역의 시장점유율이 무려 각각 60%와 70%에 달한다.
옌징맥주는 14개 지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베이징(北京)과 광시(廣西), 네이멍구(內蒙古)에서 80%에 육박하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AB InBev는 후베이(湖北)와 푸젠(福建)성을 기점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맥주업계가 규모경제(대량생산으로 경제 이익 창출)의 특성이 뚜렷한 업종인 탓에, M&A를 통한 판매량 확대와 시장점유율 제고가 맥주기업의 '생존의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맥주시장은 공룡기업이 중소업체를 삼키는 구도에서, 공룡기업간 뺏고 뺏기는 치열한 경쟁구도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국식품상무연구원 주단펑(朱丹蓬) 연구원은 "중국 상위 4대 맥주업체의 시장점유율이 60%인데 반해 선진국은 이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올해와 내년 세계 맥주업계 발전 흐름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개도국 맥주시장은 중저가에서 중고급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몇몇 공룡기업이 맥주시장을 독점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