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업계 및 투자자들 '화색' .. '세부 구속력 없다' 회의론도
[뉴스핌=권지언 뉴스핌 특파원] 오는 2020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 기후변화 체제가 마련됐다.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참여를 촉구한 새 기후체제가 본격화하면 산업 전반은 물론 각국이 직,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참가국들은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 총 195개국들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최종적으로 섭씨 1.5도씨까지로 억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각국은 이 같은 목표를 바탕으로 국가별 기여방안(INDC)를 스스로 정한 뒤 의무적으로 이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이행과 관련한 법적 구속은 없다.
<출처=신화/뉴시스> |
참여국들은 또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해야 하며 오는 2023년부터 5년마다 당사국들이 탄소 감축 약속을 지키는지 검증을 받게 된다. 차기 목표를 제출할 때는 반드시 이전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하기로 했다.
이번 파리 협정은 공업화 이전 수준보다 지구 온도가 2도 미만으로 올라가도록 제한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기존 정책에 비해서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네덜란드 환경청의 분석에 의하면, 2010년 이후 환경 정책이 변함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CO2 배출량이 650억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리에서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그 규모가 562억톤으로 줄어든다. 지구 온도 2도 미만 목표를 위해서는 CO2 배출량이 420억톤까지 낮아져야 한다. 현재 CO2 연간 배출량은 약 500억톤에 수준이다.
기후 변화 대응 의무를 선진국에만 지웠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세계 각국이 함께 지구 온도 상승 제한에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기념비적이라는 데는 대부분이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재정을 비롯해 이행을 위한 세부 계획이 부족하며 신흥국과 선진국 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석연료에 대한 장기적 목표, 재정 및 기술지원, 피해 국가의 손실과 관련한 조항 등에 있어 의문점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도 특히 기후 재정과 선진국 및 개도국 간 이견 조율 등에 있어서 추가적인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기후체제의 성공은 이제 각국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있어 뼈아픈 변화의 과정들을 어떻게 잘 치러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 친환경 '웃고' 철강·화학 등 '울고'
이번 협약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 관련 산업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연비 감소 및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는 스마트카 시장을 비롯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량 핵심 부품 및 기술개발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미국 CBS뉴스는 재생에너지 업계는 물론 개발도상국과 미국의 국가안보 부문도 파리협약의 수혜부문이라고 소개했다.
국제난민감시센터(IDMC) 올해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매년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이주민 수는 평균 2640만명에 달하며 이들은 대부분 해수면 상승이나 가뭄, 홍수에 더 취약한 개도국 국민들이다.
이번 파리협약에서는 선진국이 후진국 경제 발전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달러를 지원하고 앞으로 지원액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물론 최종 협의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이 일부 국가들의 불만이 있긴 했지만 영국 기독교구호단체 크리스천에이드의 선임 고문 모하메드 에도우는 신기후체제가 특히 재난민들을 감당해야 하는 후진국에는 상당한 기대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는 경제 및 안보의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듯이 이번 협약은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로 인해 유입되는 이재민들로 인한 안보나 테러 위협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반면 석탄 및 화석연료 사용 기업들은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달 탄소투자 싱크탱크인 카본트랙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 기업들은 새 기후변화 체제로 인해 현재와 향후 진행할 프로젝트에서 2조달러가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국내의 경우 조선,철강,정유 등 굴뚝산업들이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7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업계의 경우 이미 공급과잉과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파리협약 이후 관련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도 온실가스 추가 감축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조선업계도 당장 규제강화로 인한 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뉴스핌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