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채권시장 전문가의 90%가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 전망했다. 신임 금통위원들의 첫 회의라는 점에서 금리를 움직이기에 부담이 있고 구조조정 안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서다. 다만 전문가의 65%는 이번 동결 이후 금리가 한 차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뉴스핌이 채권시장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18명의 전문가들이 5월 기준금리 동결에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신임 금통위원 리스크'를 꼽았다. 이번 회의는 7인의 위원 중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위원이 참석하는 첫 회의다.
시장참가자들은 신임 금통위원 4인 중 3인을 비둘기파로 평가했지만 취임 첫 회의부터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첫 회의인만큼 통화정책 변화를 단행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한 금리를 내릴 명분도 부족하다는 분석이 뒤이었다. 특히 인하 기대감을 부추기는 주재료 '한국판 양적완화'는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구조조정 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까닭에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우 연구원 역시 "정부의 구조개혁과 발맞춰야 할 한은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 구조조정 마무리 지으며 한 차례 금리인하 나설 전망
다만 한은이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강조한 만큼 이후 한 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채권시장 전문가의 65%는 3분기까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중 30%는 6월, 15%는 3분기를 유력하게 짚었다.
구조조정 TF에서 부처 간 합의점이 나오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로 발을 맞추지 않겠냐는 논리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양적완화 이슈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경우 하반기 경기 안정을 위한 전통적 정책수단도 동원할 것으로 본다"면서 "추경과 같은 부양책이 제시될 경우 늦어도 7~8월까지 한은도 한 차례 인하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그널도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3분기로 제한하고 있다.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올리고 난 후 국내 기준금리가 떨어진다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금리를 내린다면 3분기를 넘기긴 힘들 것"이라면서 "연말로 갈수록 연준 정책기조와의 배치 국면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적완화, 지표부진으로 인하 기대감은 지속
5월 기준금리는 동결이 유력하지만 채권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계속 안고 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예견했듯 구조조정 이슈로 인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살아있고 각종 경제지표 부진도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수출 및 GDP 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제조업 재고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지표 부진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일 것"이라며 "하반기로 넘어 갈수록 소비둔화, 수출 부진 이어지며 7월 경제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재차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기준금리를 결정 지을 관건은 새로 합류하는 4인의 스탠스다. 그간 금통위원들은 불확실한 금리정책보다는 '구조조정'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비둘기파인 신임 위원들이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향후 한은의 정책은 '기준금리 조정'에 맞춰질 수 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스탠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해야 된다"면서 "구조조정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실물경제 위축이 예상된다면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어떤 식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금통위의 정책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