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고가 월세 우려 공급중단 촉구
[뉴스핌=최주은 기자] "청년임대주택이야? 뉴스테이야?"
서울시가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내놓은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이 오히려 임대료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땅값이 비싼 역세권에 공급되는 만큼 임대료가 '주변 임대료'에 비해서는 싸더라도 매입임대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보다는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돼서다.
중산층 이상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병만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민임대주택이란 취지에 맞지 않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2030청년 역세권 임대주택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와 서대문구 충정로3가 2곳의 월 임대료는 100만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전망이다.
우선 한강로 시범사업지 주변에서는 용산파크자이 전용면적 39m²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05만~130만원 정도다. 전용면적 50m²는 보증금 1000만원, 월 120만~150만원 수준이다.
이 단지를 기준으로 공공임대 주택 임대료(전용면적 39m² 기준, 주변의 80%)를 계산하면 최저 84만에서 최대 104만원이 나온다. 면적이 커지는 준공공임대(전용면적 50m², 주변의 90%)의 경우 임대료가 108만원에서 135만원 선이 된다.
또 다른 시범사업지인 충정로 주변 오피스텔 임대료는 전용면적 38~44m²가 보증금 1000만원, 월 임대료 80만~120만원 정도다. 이를 주변의 80% 수준으로 계산하면 월 64만원에서 96만원으로 임대료가 100만원에 이른다.
2030역세권 청년주택 시범사업지인 한강로2가(좌)와 충정로3가 위치도 <자료=서울시> |
이같은 임대료는 역시 사회초년생과 같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4월 서울시 서대문구 수색로 27(가좌지구)에 공급한 총 392가구 행복주택의 경우 소형주택 월세는 35만원 정도다. 이는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추정 임대료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경의선 가좌역 2번출구에서 1분거리인 이 단지는 전용면적 29m²의 경우 대학생은 보증금 934만원에 월 34만5000원, 사회초년생 보증금 936만원에 월 34만5000원, 고령자는 보증금 962만원에 월 38만2000원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됐다.
송파구 삼전동에 공급된 전용면적 26m²의 행복주택도 공급 대상별로 보증금 922만~960만원에서 월 임대료 28만~36만원 수준이다. 구로구 천왕동에 공급된 전용면적 29m²의 행복주택은 보증금 1908만~2120만원에 월 25만~28만원 가량 임대료를 받는다.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된다는 청년주택 공공임대는 서민층 20~30대 수요자들이 감당하기는 버거운 수준인 셈이다.
여기에 전체 물량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준공공임대주택은 연 임대료 인상률 5%라는 제한만 있을 뿐 최초임대료 결정에는 제한이 없다. 준공공임대주택 임대료를 주변 시세에 따라 100만원을 넘기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실제 민영 역세권 임대주택인 ‘동대문 리마크빌’도 임대료가 높다는 이유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용면적 24.65㎡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75만원이다. 가장 큰 전용면적 57.57㎡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67만원 정도다. 지하철 2·6호선 신당역과 바로 붙어 있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미계약 가구는 절반 정도다.
<자료=서울시> |
이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 역세권 임대주택은 자칫 중산층 이상 부잣집 자녀들이나 고액 봉급 수입이 있는 대기업 종사자들만 입주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역세권 난개발과 청년층 주거난을 심화할 청년주택 공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역세권 청년주택은 뉴스테이와 같은 고가의 민간 월세주택"이라며 "결국 해당 주택은 토지주와 사업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며 오히려 주변의 집값을 자극해 청년층들의 주거난을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경실련은 서울시가 고가 월세 주택으로 공급될 수 없도록 초기 임대료를 철저히 통제해야 하며 의무임대기간을 20년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및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다만 임대료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낼 수 있도록 5가지 유형을 두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의 경우 임대료를 주변의 80%선에서 책정한다”며 “준공공임대의 경우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청년들에게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좋은 취지”라며 “하지만 사회초년생과 같은 청년의 경우 자산 축적이 안 돼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별도의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사업지로 87곳이 선정돼 2만 5000여가구를 공급한다. 이중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와 서대문구 충정로3가 2곳은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연내 착공한다.
이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3년간 한시적으로 역세권 민간토지 용도지역 상향,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민간사업자는 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에게 입주 우선권을 준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