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및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묵인·비호 의혹에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됐는지를 밝히려 했다.
특검은 지난 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1일 진행됐던 영장심사에서는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가 핵심 쟁점이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가 심각한 수준이며 구속한 뒤 집중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직권남용과 관련해서는 '블랙리스트' 운용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간부 5명 좌천 압력 의혹, CJ E&M에 대한 조사 지시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를 반강제로 퇴직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때 해양경찰이 구조 책임을 다했는지에 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도 받는다.
또한 특검은 민정수석실이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박정욱 대표를 비롯, 20대의 민간인 헬스 트레이너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민간인 사찰'을 벌인 정황도 포착했다.
재임시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비리를 방조·비호한 것과 관련해서는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우 전 수석은 이 과정에서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내사하던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직무를 방해하고 해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감사 등에 불출석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혐의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신할 수 없고, 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업무 보좌' 등 민정수석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고려했을 때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인 직무유기 또한 입증이 상당히 어려워 이날 구속영장 기각 주요 이유가 됐다. 직무유기는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대표적인 범죄로 꼽힌다. 단순히 불법행위를 방조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묵인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찰 등의 방법으로 청와대 지시에 협조하지 않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을 찍어냈다는 의혹 역시 민정수석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법리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 권한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한데 대체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권한 행사로 볼 것이냐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적극적인 관여 의혹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각종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대응전략을 볼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