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무섭다. 지난 한 해 무려 141조원이 늘었다. 반면, 가구당 소득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 경제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되면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꾸준히 늘면서 경제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햇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0.4% 감소했고, 처분가능소득은 358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0.7% 늘었다.
소득 증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채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말 가계신용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년의 1203조1000억원에서 141조2000억원(11.7%) 증가했다.
(자료: 통계청) |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어느덧 150%를 훌쩍 넘어섰다. 2014년 136% 수준이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5년 144%로 뛰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151%로 150%를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6%에 이르렀다.
금리 인상, 경제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되면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이정은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2014년 3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 2015년 및 2016년 동안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금리 인상 및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에 따른 금융시장 및 거시건정성 우려가 심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경제규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증가속도도 빠르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6년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0%로, 영국(87.6%), 미국(78.8%), 일본(65.9%), 플랑스(56.7%), 독일(53.4%) 등 주요국에 비해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크다.
2013년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 82.3%, 영국 87.7%, 미국 80.9%, 일본 66.0%, 프랑스 55.6%, 독일 55.3%였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랐다.
그렇기에 여신심사 강화 등 정부의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 강화 정책이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대출자산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여신심사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로 인해 저소득층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충격을 받게 된다면 곤란하다.
구정한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과정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감소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여신심사 강화 정책 등은 저소득층에 큰 충격이 생기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채가 겉잡을 수없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여력은 그만큼 줄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1.1%로 전년 대비 0.9%p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수출 부진 속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던 내수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 안정을 위해 경제 활성화를 통한 근로·사업소득 확충에 주력하고 취약계층 지원노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며 "소비 중심 내수활성화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투자활성화 대책과 일자리 대책 등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