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육영수 사망 이어 아버지 박정희 총탄에
두 동생과 해묵은 갈등...최순실 게이트로 나락
첫 여성‧과반 대통령 영예 한순간, 朴정부 마침표
[뉴스핌=이성웅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10일 끝났다. 숱한 '최초' 타이틀을 몰고 다녔던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 '탄핵 대통령'이란 오명도 같이 안게 됐다. 박 전 대통령과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모두 임기를 못 마치고 도중 하차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24일 문건유출 의혹을 담은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이후 107일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지 92일째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임시 거처에 머무른 뒤 경호 시설이 갖춰지는대로 삼성동 사저로 들어간다.
1998년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지 15년만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박 전 대통령. 그의 정치 인생 19년, 66년 삶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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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1974년부터 박정희 일가에 어둠이 짙게 깔린다. 부인 육영수 여사가 재일교포 문세광의 총을 맞고 사망한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프랑스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유신체제를 시작한 아버지는 1979년 부마항쟁을 계기로 측근의 신뢰마저 잃게 된다. 그 해 10월 20일 부마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할 것을 명령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사망한다. 10.26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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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던 때의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근령, 박지만 동생들과 청와대를 떠나 사저에 머물다가 1982년 육영재단 이사장에 취임한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도 이때 육영재단에 합류한다. 그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육 여사 추모 단체인 근화봉사단을 만들기도 했다.
1990년 여동생 박근령과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본격적인 다툼을 시작한다. 당시 박정희·육영수 숭모회는 자매 다툼의 원인이 다름 아닌 최태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태민이 박근혜 당시 이사장을 조정해 육영재단 운영을 전횡했다는 것이다.
끝내 그 해 11월 박 전 대통령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박근령이 이사장에 오른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동생과 수없이 충돌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칩거생활을 해오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방관할 수 없다며 대중 앞에 나선 것이다.
이듬해인 1998년 4월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정치인으로 본격 데뷔했다. 19대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미래연합 창당 등 혼란기를 거쳐 박 전 대통령이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시점은 2004년부터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최태민은 그를 계속 괴롭힌다. 최태민은 1994년 사망했지만, 과거 최태민이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공사 수주 및 국회의원 공천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두고두고 박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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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반대 56표·기권 2표·무효 7표로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은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 문제로도 골치를 앓았다. 박지만은 지난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상습적 마약 복용으로 검찰을 드나들었다. 총 6차례 적발됐으며 처음인 1989년을 제외하면 모두 구속됐다.
부모의 죽음, 형제자매와 갈등을 제치고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제 18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당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최초 여성 대통령, 직선제 개정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최초의 이공계 출신 등 다양한 수식어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등 각종 의혹과 세월호 사고, 정윤회 문건 파동 등으로 순탄치 않은 임기를 보냈다.
취임 4년차였던 지난해는 급기야 최순실이 국정 대부분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으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직무가 정지됐다. 특검팀은 최순실의 뇌물수수 공범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 등 청와대의 보호막에서 벗어나 자연인이 됐다. 최소한의 경호를 제외하면 전직 대통령 예우도 없다. 검찰 특수본은 뇌물 의혹을 다시 조준 중이다. 이젠 소환조사를 거부할 명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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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의 19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