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정서와 보복 조치가 거세지면서 여행, 화장품, 드라마, 영화 콘텐츠 제작 분야 등 전방위로 우리 산업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일각에서는 중간재 제조 상품에까지 한국에 대한 보복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간재의 경우 한국의 경쟁 우위가 뚜렷해 단기간 내 중국 기업에 추월 당할 가능성은 적지만, 기술력 확보를 위한 현지 기업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월 말 한국의 사드 부지 계약 이후 중국의 한국 경제에 대한 보복이 노골화됐지만 전자부품, 소재 등 중간재는 사드 여파를 빗겨가며 상대적으로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중간재가 선방할 수 있었던데는 해당 산업 내 한국이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전세계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중국 경제 구조상 섣부른 보복이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자국 중간재 제품을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하자는 국산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중간재 수출업체에도 점차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 기업의 대표 우위 산업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주요 현지 기업의 최근 행보를 살펴본다.
◆ 자오이촹신, 글로벌 선진기업 인수 통해 기술력 확보
모바일용 AP나 Fab공정 등을 제외한 주요 스마트폰 밸류체인 내 한국 기업은 여전히 막강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형 반도체는 중국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나눠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기업이 선진 기술 제휴를 바탕으로 거센 추격전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중국 스마트폰형 반도체 신흥강자로 급부상한 자오이촹신(兆易創新, 603986.SH)이다.
자오이촹신은 중국 대표 반도체업체로 주로 노어플래시(NORflash), 낸드플래시(NANDFlash) 등 플래시메모리 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자오이촹신은 노어플래시 부문에서 현지 시장점유율 약 10%를 확보하고 있다. 노어플래시는 최근 낸드플래시의 기술 발전으로 시장 규모가 상당 부분 감소했으나, 군사용도 특수 제품 등으로 여전히 활용도가 높다.
최근 자오이촹신은 미국 특수 D램 설계업체 ISSI 지분 100%를 65억위안에 인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5년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ISSI는 SRAM 및 DRAM 전문업체로 2016년 상반기 기준 SRAM 부문 글로벌 2위, DRAM 부문 8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자오이촹신의 DRAM 부문 기술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칭화유니, 중국 반도체 굴기 이끄는 선두주자
스마트폰형 반도체 부문에서 주목받는 또다른 다크호스는 바로 쯔광그룹(紫光集團, 이하 칭화유니그룹)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성을 지닌 대표기업으로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중국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로 급부상했다.
과거 칭화유니그룹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진 기업에 잇달아 인수 ‘러브콜’을 보내며 먹성을 자랑했지만, 인수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현지 우수 기업 합병에 눈을 돌리며 '몸집 키우기'에 우선적으로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칭화유니그룹은 2015년 세계 메모리반도체 3위기업 미국 마이크론(Micro) 인수를 추진했으나 미국 의회와 규제당국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4위 샌디스크를 간접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 반대로 결렬됐다.
이에 최근 칭화유니그룹은 산하 반도체 생산업체 쯔광궈신(紫光國芯, 002049.SZ)과 우한신신(武漢新芯, XMC)의 합병을 추진, 창장(長江)메모리를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두 기업이 합병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향한 칭화유니의 추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징둥팡, “양으로 승부”
모바일 패널 시장 '경계 대상 1호'는 징둥팡(京東方, BOE, 000725.SZ)이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이자 중국 보조금 지원 최대 수혜 기업으로 최근 몇년간 고성장세를 나타내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무섭게 추격했다.
기술력 측면에서 볼 때 BOE와 세계 최강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지만, BOE가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양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 만큼 안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BOE는 세부 시장에 맞춰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며 업계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OLED가 업계 대세로 떠오르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이 OLED 시장에 포커스를 옮겨가고 있지만, BOE는 OLED와 LCD 패널 모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BOE는 기존 LCD 패널이 원가 등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대화면 시장에서는 LCD 패널로 승부를 보는 한편,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는 OLED 패널 생산 확대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BOE 푸저우(福州) 8.5세대 생산라인은 2017년 2분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청두(成都) 6세대 플렉시블 AMOLED 생산라인은 하반기부터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