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불량국가에서 단번에 정상국가로 국격을 높였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체제보장 약속까지 얻어냈다. 잘만 되면 미국이라는 가공할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경제적으로 큰 번영을 누릴 수도 있게 됐다. 역사적인 이번 회담의 승자는 누가 봐도 북한인 것 같다.
하지만 직접 회담 당사국이 아님에도 드러나지 않게 실리를 챙긴 나라가 있다. 바로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이다. 북한은 비핵화의 해법에 있어 장기 플랜하에 상호적이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인데 중국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 쌍중단(핵 미사일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 바로 그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공허한 얘기처럼 들리던 중국식 이 비핵화 로드맵이 회담전후로 빠르게 현실에 적용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로 북미 회담을 성사시켰고,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은 전격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며 이에 화답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조정자 역할과 함께 지속해서 이곳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으로선 그만큼 입김이 커지게 됐고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치켜세우고 환영 의사를 표시한 데에는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 협상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이어가는 데 대해 강한 야심을 보인다. 상반기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 때 중국은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기득권을 주장하며, 한반도 문제 논의의 주요 구성원임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연히 종전선언 및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야한다는 점도 함께 주지시켰을 것이다.
중국은 장차 한반도 역학 구도가 바뀌고, 새로운 평화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자국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미국이 급속히 밀착하거나, 한반도에서 ‘남북미–중국’이 대결하는 구도가 펼쳐진다면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남과 달리 미리부터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으로 북한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느낌이다. 북미 정상회담 후 일성으로 중국 외교부는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에도 대북제재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과 정면충돌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장 중국은 14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러 베이징을 방문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 측이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한 데 대해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도 열린 마당에 핵실험 중단 등에 상응하는 경제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며 확연한 온도 차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정상회담 뒤 후속 조치에 세계의 눈이 쏠린 가운데 중국은 거리낌 없이 자기만의 마이웨이식 대북한 접근법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압록강을 넘는 북한 노동자 발길이 다시 잦아지고, 북한 식당 같은 소자본의 중국 유입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일부 항공 노선도 속속 재개되고 문화 관광 교류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무대 밖의 플레이어임에도 북한을 지렛대로 한반도 기득권을 다져가며 경제와 외교 모든 면에서 용의주도하게 실리를 챙기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