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운동 속 남성성 강요 비판하는 '탈갑옷' 움직임
"남자라 안 된다"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 기존 시선 거부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여성들의 ‘탈코르셋’이 가속화되며 남성들 사이에선 ‘맨 박스(Manbox)’를 부수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작가 토니 포터의 책 제목이기도 한 ‘맨 박스’는 최근 젊은 남성들 사이의 ‘탈갑옷’ 운동과 같은 개념이다. ‘탈갑옷’은 웹툰 ‘남자는 갑옷을 입는다’에서 나온 표현. 웹툰에서 갑옷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강요를 뜻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남성 김모씨(26)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남자는 어때야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웃긴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말만 해도 난리가 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도 적극적으로 ‘탈갑옷’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남성 이모씨(30) 또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자가 이것도 못 하냐’ ‘남자가 소심하게 왜 이러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며 “왜 유독 남성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가 둔감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탈갑옷 운동이 힘쓰는 일로부터의 해방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한 전문가는 "가정에서 가장 역할을 하지 않는다든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갑옷'의 배경과 관련,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소속 오경미 활동가는 “초기 페미니즘 운동에선 남성을 가둬 놓는 ‘맨 박스’도 함께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를 원래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성은 피해자’라는 얘기만 남게 됐다”며 “대결 구도가 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갑옷'을 외치는 20~30대 남성들은 고용불안 등에 처해있다”며 “그 와중에 페미니스트들이 ‘우리도 밖에 나가 일하겠다’며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려고 하니 남성들은 본인들의 영역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갑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소장은 “탈코르셋 운동의 짝패로 ‘탈갑옷’ 운동이 나온 것”이라며 "탈코르셋이 전개될 때 그 자체가 탈갑옷을 머금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르셋이 여성을 억압하듯 갑옷도 남성성 억압의 기제로 작동한다”며 “여성들이 코르셋을 차고 약자 역할을 하니 상대적으로 남성의 입지가 더욱 강했다. 남성성은 여성과 무관하게 강화된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얻어진 잉여소득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