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트레이딩 매매시 VWAP 방식...불규칙 주문으로 예측 불가
국내사들, TWAP 방식 사용...규칙적 주문으로 거래패턴 파악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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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최근 코스닥 개별종목들을 대규모로 단타 투자한 것이 드러나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메릴린치.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인 메릴린치였기에 시장 여진은 꽤 컸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이례적으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조사결과 메릴린치의 시세조종 혐의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단시간 매수, 매도 거래를 반복하면서 시세차익을 크게 얻긴 했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주문 시스템'에서 메릴린치와 국내 기관들의 수익률 차이가 났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대형 펀드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퀀트매매를 시작했다. 시가총액 200억원대에 불과한 코스닥 소형 종목에까지 손을 대면서 매수 매도상위에 메릴린치 창구가 자주 언급됐다.
한국거래소는 메릴린치 창구의 주문 방식에 대해 가격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기계적으로 주문이 나가도록 짜여진 로직이라고 추측했다. 빈번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한두개 펀드가 아니라 메릴린치 DMA를 통해 수많은 펀드들이 이 로직을 사용해 거래되는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린치를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트레이딩 매매에서 VWAP(Volume Weighted Average Price)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거래량에 맞춰 매수하는 방식이다. 각 시간당 차지하는 거래량 비중만큼 주문을 내는 것으로, 당일 거래량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주문이 생성되므로 시장 왜곡이 적고 거래 예측이 어렵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TWAP(Time Weighted Average Price)를 쓴다. 주문 수량을 시간대별로 균등하게 분할해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을 각각 10~15시로 설정하고 5000주를 100회에 걸쳐서 주문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약 3분 간격으로 50주(5000주/100회)씩 주문이 체결되는 식이다.
두 거래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예측 가능 여부다. TWAP의 경우 매수가격과 시장가격이 불일치해 거래 체결이 안될 경우에도 동일 주문이 반복해서 이뤄지며 호가가 쌓인다. 균등하게 분할 거래가 이뤄지므로 누구나 거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VWAP은 당일 매수매매 전략을 무한대로 설정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국내 퀀트펀드 패턴은 호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면서 추종매매를 노리는 방식이다. 거의 10년째 똑같은 거래패턴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딱 좋은 먹잇감"이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들은 여전히 TWAP방식을 이용해 주문을 내고 있다. 증권사 기관영업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에서 개발한 자동매매 알고리즘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분할주문(TWAP)을 낼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전했다. 외주시스템을 이용해 VWAP 주문을 낼 수도 있지만 인력 투입이 많아 업무처리가 힘들다고도 덧붙였다.
블룸버그 등 외국 DMA를 통한 거래시 TWAP과 VWAP, 인라인, 스위치 등 다양한 주문방식의 거래가 가능하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호가창이 바로 뜨기 때문에 운용사 트레이더가 시장 상황에 맞게 알고리즘을 개발, 거래 방식을 설정할 수 있다"며 "딥러닝이나 인공지능(AI)가 발전하면서 외국 증권사들은 리얼타임으로 로직을 바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매처리 방식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의 DION GLOBAL사는 '아이트레이더'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마치 파워포인트 템플릿처럼 HTS 내 로직이 짜여져 있어 사용자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원하는 로직을 추가로 더하거나 뺄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무수히 많은 로직이 완성된다. 전담 트레이더가 개입해 일일히 수작업하지 않아도 알고르즘을 통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는 것.
한편 추종매매가 많은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형태도 메릴린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 증시의 문제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메릴린치가 매수를 늘리고 다른 창구로 매집, 호가를 올리면 국내 투자자들의 추종매매가 따라붙는다. 영문도 모른채 급등하는 종목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라며 "싸면 사주고 비싸면 팔면서 시장이 알맞는 가격을 발견해 가야 하는데 정체없는 거래를 따라가는 추종매매만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