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변동성이 보다 경기 순환 사이클 주목해야"
"美 경기 사이클 후반부...가치 실현되지 않은 우량주 비중 높여야"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지난 10일 미국 증시 폭락 이후 글로벌 증시가 연이틀 하락하며 해외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도 방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단기 변동성이라는 '나무' 보다는 경기 순환 사이클이라는 '숲'을 보고 투자 전략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공포감으로 증시가 하락한 지금이 우량주 매수 기회라고 강조한다.
[자료=KG제로인] |
1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전일 기준 북미 주식형 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30%, -0.80%를 기록했다. 기술주 강세에 힘 입어 승승장구하던 펀드 수익률이 최근 미국 증시 조정을 겪으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 중국 주식형 펀드의 최근 1주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5.22%, -1.63%로 줄곧 내리막이다. 최근 반등세를 보이던 베트남 주식형 펀드도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55%로 선방했지만, 최근 1주일 수익률은 -1.82%로 글로벌 증시 조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해외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글로벌 증시의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 보단 경기 사이클에 주목하며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연초 이후 북미주식 펀드 수익률 상위 5개 펀드 [자료=KG제로인] |
연초 이후 북미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에서 수익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펀드는 삼성미국대표주식펀드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의 하락장 방어 전략은 철저한 펀더멘탈 분석과 가치가 남아 있는 종목에 대한 선별적 투자다.
장 매니저는 최근 미국 증시 하락 원인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급등한 미국 국채 10년 수익률이 단기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며 "3분기 이익시즌을 앞두고 미국 성장주에 대한 수익성을 낮게 보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주가 조정은 미국 주식시장 내부 문제라기보다는 수년 간에 걸쳐 나타날 경기 전환기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라며 "미국 경기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 주식의 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미국대표주식펀드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모든 경기 사이클에 걸친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조정장이 펼쳐진 뒤에도 최근 1개월 수익률 0.58%로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장 매니저는 수익률 유지 비결로 펀더멘탈 분석을 통한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 선별, 미국 경기 관점에서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주식들을 골라 투자하는 전략을 꼽았다.
장 매니저는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따라 배분 비율이나 종목을 교체하지는 않는다. 미국 경기 사이클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며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 그는 "현재 미국 경기는 경기 사이클의 후반부에 와있다"며 "몇 달 전부터 경기 방어적인 종목이나 아직 가치가 실현되지 않은 우량주식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주가 등락을 개별 종목 선정이나 매매에서 우량주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달 전 기준 펀드 주요 보유 종목은Broadcom Ltd, VISA INC-CLASS A SHARES, APPLE COMPUTER INC 등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 펀드도 투자자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3년을 놓고 보면 중국 증시 수준이 밸류에이션 하단에 위치해 좋은 저가 매수 기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커진 부분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KTB중국1등주펀드'를 운용하는 권정훈 KTB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본부장은 중국의 대내외적 이슈가 중국 증시 하락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도 미·중 사이에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며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봉합할 협상 카드가 많지 않아 미국보다 상대적 열위에 있고, 이런 부분이 중국 증시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부채 축소 기조도 금융 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다만 무역분쟁 이슈가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있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 차츰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론 10월 말에 있을 당대회를 반등 계기로 꼽았다. 중국 정부의 올해 하반기·내년 경제 정책 발표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권 매니저는 무역분쟁의 충격이 덜한 내수업종과 4차 산업과 관련한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그는 "지수보다 섹터와 종목의 성장성을 학인한 후 투자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며 "각 섹터에서 선도적인 대형주 위주 투자 전략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승세로 돌아선 베트남 증시에 대한 전망은 밝다.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는 "어제 베트남 증시 하락은 미국 증시의 하락 영향"이라며 "이틀동안 급등했던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미국 증시가 빠졌는데 이머징 마켓에는 나쁜 신호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 달러 강세도 제동이 걸려 이머징 시장이 불리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는 모멘텀 생긴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베트남 시장이 일시적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내년 이후 베트남 증시가 상승할 거라고 전망한다. 송 대표는 현재 포지션 유지하면서 주가가 빠지면 추가 매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증시 조정이 우량주를 싸게 살 좋은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제 지표도 견조하다. 송 대표는 "3분기까지 경제 성장률 7%, 9월까지 무역수지 흑자 63억달러를 기록했고, 금리도 최근 올랐으나 3년 국채 금리가 4% 초반 대체적 안정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또 내년 베트남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지수(MSCI EM) 편입을 위한 조치들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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