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18년 만에 부활한 편의점 ‘자율규약’…간판 갈아타기·고착화 우려도

기사입력 : 2018년12월04일 15:00

최종수정 : 2018년12월04일 15:00

진입장벽 강화로 기존 사업자 위주 고착화 가능성 높아져
점포수 확대 경쟁에서 브랜드 전환 출혈 경쟁 전환될 수도
출점 문턱 높아져 예비 창업주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우려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했다.

앞으로 편의점을 신규 출점할 때에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와 상권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 경영환경이 악화된 편의점주의 영업 위약금을 감면하는 희망폐업 방안도 마련됐다.

다만 이번 자율규약을 대하는 편의점 업계의 속내는 사뭇 복잡하다. 생존 위기에 몰린 편의점 가맹점주를 되살리겠다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당장 출점 길이 막히면서 기존점을 둘러싼 간판 갈아타기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진입장벽 강화로 국내 편의점 시장이 기존 사업자 위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자율규약 시행을 놓고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편의점산업협회가 최종 발표한 자율규약에는 개점·운영·폐점 단계를 망라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담겼다. 핵심 쟁점인 점포 과밀화 문제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제한 규정을 준용해 편의점 간 100m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해소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번 자율규약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해 만든 자율규약인 만큼 굉장히 진전된 내용이라고 본다. 근접출점을 막고 가맹점 피해를 방지하는 데 상당한 실효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근거리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핌]

이번 자율규약에 참여한 브랜드는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C-Space·이마트24 등 6개사다. 이들 업체의 편의점수만 국내 전체 편의점의 96%인 3만8000여개에 달해 신규 출점은 물리적으로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존 업체 간의 점포수 확대 경쟁이 브랜드 전환 경쟁으로 형태만 바꿔서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자율규약의 출점 제한은 기존 편의점이 다른 영업표지의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년 신규 출점은 올해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점포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경쟁 업체의 점포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간판을 바꾸는 길 밖에 없다”며, “편의점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결국 본사는 가맹점주를 잡기 위해 유리한 로열티 비중을 제시하고 지원금을 높이는 등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브랜드 전환 목적으로 중도 계약 해지 시에는 위약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었다”며 “그러나 이번 자율규약의 경영악화 기준이 모호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희망폐점을 요구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폐점 후에 지원을 많이 해주는 다른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편의점 가맹점주와 신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사업자 간의 형평성 논란도 거론된다.

가맹본부와의 협상 능력이 올라간 기존 점주는 계약이 만료되면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의점으로 골라서 전환할 수 있다. 기존의 영업권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결과도 얻었다.

반면, 출점 문턱이 높아지면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점주의 경우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편의점 3강 체제 고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편의점 3사의 점포수는 CU 1만2946개, GS25 1만2844개, 세븐일레븐 9540개로 전체 점포수(4만1173개)의 85.8%를 차지한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점포수는 3500여개로 격차가 상당하다.

자율규약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시장구도가 계속해서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전에 적극 나선 까닭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비록 이번 정책이 선의라고 할지라도, 결국 후발주자는 고사(枯死)하고 신규 진입자는 사라져, 전체 소비자후생이 낮아지는 부작용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이번 자율규약을 반기고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당초 요구한 250m 거리제한에는 못 미치지만 차선책 차원에서 점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전편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자율규약의 거리 제한이 개별 점포의 영업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보완책이 마련되고 부실 점포가 자정이 된다면 점주들의 영업 환경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편의점 업종은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진입 장벽이 낮다. 이로 인해 부실 점포가 양산돼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며 “이런 부분을 위약금 감면이나 면제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