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 조정해 총 금액 424억 → 314억 내렸지만 신한은행만 참가
공항공사 "은행권 상황 살펴 수의계약·재입찰 포함해 방침 재검토"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김포공항과 청주국제공항 내 은행 운영자 3차 입찰도 단 한 곳만 입찰해 무산됐다. 세 번 연속 유찰이다. 이번에도 높은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다.
김포·청주공항 은행 운영자 3차 입찰 연간 최소임대료 [ 자료 = 한국공항공사 ] |
21일 금융권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두 공항 은행 운영자 입찰에 신한은행만 참여해 20일 유찰됐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7일 1,2차 유찰에 이어 세 번 연속 낙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항공사는 2차 유찰 이후 총 가격과 권역을 재조정해 3차 공고를 올렸지만 또다시 운영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게 됐다.
해당 사업은 김포·청주국제공항 내 영업점과 환전소, 현금지급기(ATM) 등 운영을 맡는다. 김포공항 국내선 1층 동 서편과 입국장과 국제선 1,2,3층 게이트와 출국장, 청주공항여객청사 1,2층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금액이다. 공항공사는 지난달 입찰 공고를 올리며 구역을 나눠 임대료를 매겼다. 국내선(A)과 국내선(B), 국제선(C-청주공항포함)에 공사 측이 제시한 최저 입찰가는 각각 132억원과 135억원, 119억원이다.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하면 사실상 국내선은 150억원 선, 국제선은 130억원이 최저 입찰가가 된다.
은행들은 이 가격에 난색을 표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존재로 상대적으로 김포·청주 두 공항의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해도 적자가 분명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선(A)과 국제선(C) 사업권을 보유한 우리은행은 각각 150억원과 120억원 정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차 입찰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이유도 같다. 1차 입찰에는 신한은행 한 곳만 참가했고 2차 입찰에는 신한은행 마저 빠져 단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의지가 없다기보다는 금액이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포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하면 상징성이 떨어지는데 저 금액을 최저 입찰가로 정해두니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환전 수수료 인하 압박도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금융당국과 은행, 공항공사 관계자와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환전 수수료 인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은행으로서는 공항에 입점할 이유가 더더욱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도 20일 3차 입찰에서는 금액을 조정했다. 공사는 기존 세 곳(A,B,C권역) 424억6000만원에서 두 곳(A,B권역) 314억6000만원으로 110억원 내렸다.
그러나 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A권역에는 은행들이 꺼리는 청주공항 입점권과 김포공항 화물청사 영업장 등이 더해지면서 최소 임대료가 105억6000만원으로 내려갔지만, B권역에는 김포공항 국제선 영업점이 더해지면서 209억원으로 오히려 비싸졌기 때문이다. 결국 신한은행만 A권역 입찰에 참가했고, B권역에는 어떤 은행도 참가하지 않았다.
공항공사는 재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 계약법에 명시된 수의계약 방안과 재입찰을 포함해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참여 은행이 한 군데 밖에 없어 유찰된 것이 맞고, 청주공항에 적극 들어오는 업체가 없다보니 권역을 일부 조정한 것"이라며 "향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소관 부서에서 은행권 상황 등을 검토한 후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청주국제공항 내국세환급 자동화기기 운영자도 찾지 못해 최근 재공고를 냈다. 김포·청주공항 은행 영업점도 세 번 연속 유찰됨에 따라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kingjoon@newspim.com